이 길어지는 멈춤,의 시간들 속에서 누군가는 욕심을 직시하고 누군가는 욕망이 바래져가고 누군가는 민낯이 많이 드러났을 것이다.
어떤 행동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후회를 해보고,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런 비일상도 어느덧 일상이 되어 도파민은 멈췄을 것이다. 집밥해먹기도 심드렁해졌고 새로 구입한 책들은 한쪽으로 밀어졌을 것이다. 몇번의 가열찬 청소후엔 잡동사니들은 늘 늘어나고 정리를 위해 산 바구니 또한 늘어나는 것에 한숨을 쉬고, 아이들과는 새로운 주제들로 크고 작은 전쟁들이 끊이지 않고 , 혼자만의 시간만이 잠들기전 유일한 소원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앞으로의 계획과 로망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빨리 힘이 빠졌다. 그리고 이제 장바구니엔 샐러드용 야채가 새로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언제나 비슷한 아침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아침이 온다.
둘째의 방은 역시나 늘 잡동사니가 한가득이다. 책장에도, 책상위에도, 방바닥에도, 작고 귀엽지만 쓸모는 별로 없는 인형과 장난감에다 껌종이, 초콜렛껍질, 썩은 귤껍질같은 엄청 지저분한 것들까지 쌓여있다.
햇살이 가득해 눈을 가늘게 뜨고 학교에 간 아이의 방에 들어간다. 레고 조각 정리 도구가 발명된다면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며칠째 방 가득 널린 레고들 사이로 발을 딛고 들어가 레고들을 넣고 널부러진 수건을 바구니에 넣고 옷을 개어 서랍속에 넣는다. 그 잠깐 숨을 고르면서, 나는 아이를 그리워할 소중한 순간을 얻는다. 기나긴 홈스쿨링 이후의 이별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사랑해마지 않는 아이의 통실한 볼과 따뜻한 팔을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널 그리워할 수 없었다니. 이별하지 않을 때, 사랑할 수가 없다. 나의 사랑은 늘 부재와 존재 그 사이에 있나보다.
깊은 심호흡처럼 짧던 찰나가 지나고, 아이들은 돌아온다. 아침보다 상기된 목소리로 서로를 맞는다.
토마토소스를 넣어 볶은 오므라이스를 한다. 계란은 한 사람앞에 2알씩 지단으로 부쳐, 볶음밥위에 얹는다. 그 찰나, 계란 위에 케첩으로 웃는 얼굴을 그린다. 짧은 그리움의 표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