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by 연이

오늘 아침은 녹차를 마셨다.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마시고 있다. 입이 심심하다고 한 잔, 달달한 게 마시고 싶다고 한 잔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용히 나에게 스며들었다.

결혼 전에는 커피 대신 따뜻한 현미녹차를 좋아했다. 현미의 구수한 맛과 녹차의 떫은맛이라고 할까 그냥 숭늉 같은 구수함이 좋았다. 점심 먹고 나른한 피로도 날려주는 나의 피로회복제였다.

엄마가 즐겨 마시던 커피 2, 프리마 2, 설탕 2. 일명 다방커피라 부르는 것만 마셔보다 난생처음으로 블랙커피인 원두커피를 마시던 날 제대로 쓴맛을 보았다. 쓴맛에 놀라 손이 자동으로 설탕을 찾았고 커피인지 꿀물인지 모를 정도로 까맣고 달달한 커피를 경험하는 첫날이기도 했다. 그 후로는 친구를 만나도 커피, 회사 사람들과 티타임도 커피, 그냥 무조건 커피다.


요즘에야 카페에서 혼자 책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혼자 카페에 앉아있는 게 어색해 친구와의 약속도 카페 앞에서 만나 함께 들어가곤 했다. 비 오는 어느 날 친구와 만나기로 했고 도저히 카페 앞에서 기다릴 수가 없어 용기 내 안으로 들어가 갔다. 그리고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문했고 잠시 뒤 직원분이 카페 이름이 새겨진 하얀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주었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친구를 기다렸다.


날씨에 상관없이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차가운 게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계절 내내 시원한 커피만 마신다. 그러고는 춥다고 난리를 피우는 나는 참 별나다. 당분간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결심을 하고 주문 앱도 지워버렸다. 그런 나의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옆에서 시원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더울 때는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라며 약을 올린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참아 보자고 마음먹었지만 결국에는 저녁 산책 후 남편이 마시던 커피를 마시고 말았다.


남편은 마시고 싶은 거 참으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괜히 머리 아프다고 자기에게 짜증 내지 말고 편하게 한잔 말고 반잔만 마시란다.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결심은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시원한 거보다야 따뜻한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오늘은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신다.

집 앞 5분 거리에 카페가 있다 보니 커피를 사서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산책을 하고 나면 더워서 한잔 마시고, 카페를 지나다가 방금 누군가 주문한 커피의 원두를 갈 때 나는 커피 냄새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칠 수 없는 유혹과 비슷해 나도 모르게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또 한잔 주문한다. 요즘은 현금이나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앱 하나만 설치하면 쉽게 주문이 가능하니 더 자주 마시는 편이다.

산미 맛, 고소한 맛, 달콤한 맛 원두 종류에 따라 맛이 다르다 한다. 혼자 마시는 커피도 좋고 누군가와 마시는 커피도 좋다. 처음으로 원두커피를 마실 때 나의 표정은 촌스럽지 않게 보이기 위해 쓴 표정을 감추며 마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쓴맛은 나의 감정에 따라 변해가고 어느 날은 달콤하기도 구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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