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데뷔 30주년에 드는 생각
내가 신승훈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신승훈이 데뷔한 초등학교 6학년 때가 아니었다. 중1이 된 후 공부를 하면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부터다. 별밤의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던 신승훈은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맡았다. 이문세와 신승훈의 케미가 워낙 좋았고 말을 재미있게 해서 신승훈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신승훈의 입담에 즐거워했었다.
신승훈 1집부터 20주년 앨범까지 정규앨범은 모두 소장하고 있다. 앨범이 나오면 1등으로 사서 가사집을 다 외울 때까지 가사를 음미하면서 앨범을 듣고 듣고 또 듣곤 했다. 신승훈 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시적이고 가슴을 절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첫 번째 신승훈 콘서트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신승훈 팬클럽인 친구 덕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콘서트에 갔다. 고3이 교복을 입은 채로 신승훈 콘서트에 갔다. 지금 생각하면 참 과감한 고3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감하게 콘서트에 갔던 그 날들은 지금 생각해도 참 따뜻한 인생추억이 되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신승훈 데뷔 30주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콘서트에 갔었는데 남편이 두 번 같이 갔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신승훈 콘서트에 가면 잔잔한 발라드에 흠뻑 빠져서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멜랑콜리해지는 시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신승훈 콘서트에 한번 가 보면...ㅎㅎㅎ
그건 잘못된 기대였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우리 남편도 가슴 절절한 신승훈표 발라드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 중 1명이었던 거 같다.
처음엔 멋 모르고 같이 갔고 신승훈 노래 참 좋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런데 콘서트장 분위기는 여느 아이돌 못지않구나. 역시 발라드의 황제라서 팬들의 열기도 대단하다고 느꼈던 거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 처음 그 느낌으로 이어지는 댄스 음악에 맞추어 마치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만 같은 낯선 아내의 모습도 한 번은 보고 넘길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러나...
두 번째 콘서트에 가보고 나서는 본인이 갈 곳이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마치 신승훈이라는 교주의 말에 따라서 아멘이라도 할 거 같은 30~40대 여성팬들의 모습에 많이 놀란 듯한 말투였다.
그 후로는 신승훈 콘서트에 가겠다고 하면 거길 또 왜 가냐는 표정으로 기가 막혀했다. 그래서 어차피 콘서트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니까 2년에 한 번만 가겠다고 했다. 콘서트는 어쩌다가 한번 문화생활로 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남편에겐 참 기가 막힐만한 선언이었던 거다.
2020년은 신승훈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고 고3 때 처음 갔던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도 떠올리며 베프와 콘서트를 예매했다.
http://m.enter.etoday.co.kr/view/news_view.php?varAtcId=172584#cb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신승훈 30주년 기념 콘서트도 취소되었다.
올림픽공원이나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 아닌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콘서트라서 더욱 기대가 컸는데 취소되어서 아쉬운 맘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응답하라에 나왔던 젝키 팬 성시원처럼 나도 신승훈 콘서트에 가면 내가 한참 신승훈 노래를 즐겨 듣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빠른 시간에 종식되어 신승훈 30주년 콘서트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꼭 보고 싶다.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너는 별빛보다 환하진 않지만 그보다 더 따사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