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오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구의 부음을 받았다.
중학교 3년 내내 나와 같은 반이었고 20년 넘게 연락하며 생일 때가 되면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안부를 묻고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나며 서로의 생을 위로했던 인생 친구가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났다.
나와 이름이 같은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터인데 같은 이름이라는 것에 꽤나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마치 운명의 사람을 만난 것처럼 정성을 기울였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시간을 들여서 마음을 기울일 때 더욱 돈독해지고 각별해진다.
함께 어울리는 또래 집단이 달라서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참 좋아했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말도 위트 있고 재미있게 잘하는 친구였다. 이름이 같아서였는지 그냥 좋았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글씨를 참 예쁘게 쓰는 친구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나 생각을 담아서 편지를 주고받았다. 대학교 때 이사 가면서 엄마가 친구들 편지를 다 버려서 아쉽게도 편지가 남아있지 않다.
고등학교 때는 내가 좀 멀리 이사 가면서 잘 만나지 못했지만 대학교 졸업하고 다시 만났다. 어떻게 언제부터 만나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일 년에 한 번 생일 즈음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축하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 가다 보니 다시 종종 만나게 되었던 거 같다.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끔 생각나지만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들이 있다. 그 친구는 나에게 그런 친구였다. 부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하루하루 행복하길 기도했고 신앙을 가진 나는 그 친구를 위하여 자연스럽게 기도하곤 했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틈틈이 만났다. 우리 집이 꽤 멀었는데 우리 아이들을 보러 집에 놀러 오고 아이들 선물을 사 오기도 했다.
오래오래 평생 가져갈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냥 만나면 좋고 또 만날 날을 기약하는 사람이었다. 잘 웃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친구였다. 소개팅도 여러 번 해주었지만 평생 동반자를 만나진 못했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집안 이야기는 잘하지 않아서 가족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몰랐다. 단지 언니와 오빠가 있다는 것만 알았고 조카들을 참 귀여워하는 것만 알았다.
언니가 가까운 곳에 살다가 중국으로 가면서 많이 외로웠던 거 같다. 부모님이 친구에게 경제적으로 무리한 부탁을 여러 번 해서 상심이 컸었다는 이야기는 친구가 떠난 후에 장례식에서 만난 친구한테 들었다. 가족이나 돈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는 건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꽤 오랫동안 만난 친구였는데 내가 아는 친구는 극히 일부분의 모습이었다.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을 테니까 말이다. 살아온 환경도 많이 다르고 가족이나 경제 상황은 속속들이 알지 못했지만 만나면 편안하고 힘이 나게 하는 매력을 가진 친구였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떠나고 나니 참 많이 허전하고 슬펐다.
신앙으로도 해결되지 못한 고독감과 우울함이 친구가 스스로 떠나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님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나는 친구의 마음을 왜 몰랐을까 고민하고 자책했다. 내 잘못이 아닌 걸 알면서도 혼자 외로운 선택을 한 친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졌다. 그렇게 친구가 갑자기 떠나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여러 번 자해를 했다는데 친구를 혼자 둔 친구 가족들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정말 속상하고 슬픈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친구의 장례식장엔 영정사진도 없었고 장례식조차 없었다. 부모보다 먼저 떠나서 부모님을 마음을 헤아리느라 그리 되었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얼굴을 보러 갈 친구들은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입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친구를 만났다. 부검을 해서 바라만 보라는 주의를 들으며 보게 된 친구의 얼굴은 참 하얗었다. 입을 꼭 다물고 눈도 꼭 감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나는 엉엉 울고 말았다.
이제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만날 수도 없다는 걸 실감했다. 그렇게 친구는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갔다.
4월 1일 만우절에 받은 친구의 비극적인 죽음의 소식은 나를 오열하게 만들었다. 펑펑 울며 아빠에게 전화했다.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친구가 마음에 걸렸었다고 이야기하셨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 친구 얼굴에 서려 있었나 보다.
지금도 떠오르는 친구의 얼굴은 늘 웃고 있다. 이제 10주기이다. 남편에게 친구가 묻힌 나무 아래에 함께 가자고 부탁했다. 매년 가고 싶었지만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는데 이번엔 꼭 가고 싶어서이다. 보고 싶은 친구를 보러 간다. 이미 이 땅에 없지만 그렇게나마 친구를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보고 싶은 친구야. 넌 늘 내 마음속에 살아서 3/31과 4/1 그리고 네 생일인 8/15이면 늘 떠오른단다. 물론 그 날짜가 가까워지면 이미 네 생각을 하게 된단다.
부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친구야.
너의 삶을 살아갈 힘을 주는 단 한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 단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서 상담심리도 공부하고 코칭자격증도 땄어.
그립다. 친구야. 너를 영원히 기억할게. 사랑한다.
#내친구에게 #그리운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