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엄마 일기
아이는 이제 재수 생활 1개월을 채웠다. 내일부터는 재수 생활 2개월 차이다. 고3 때 회피성 수면에 깊이 빠져있던 아이는 수시 불합격의 쓴 맛을 맛보고 자각했다.
스스로 재수할래라는 말을 하고 1월 첫 주 월요일부터 재수학원에 다녔다. 매일매일 성실하게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다행히 학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집 앞에 있어서 아침을 먹으며 버스 시간을 알려주는 앱을 보며 버스 시간에 맞추어 나간다.
학원에 도착하는 시간은 매일 아침 일정하게 7시 30분이다. 아이가 학원에 도착해서 출석 체크를 하면 어김없이 문자가 온다. 아이는 1월 한 달간 성실하게 7시 30분에 학원에 도착했다.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같은 시간에 학원에 도착하고 같은 시간에 집에 온다. 가능하면 아이가 끝나는 시간엔 남편이 데리러 간다. 나도 갈 수 있는 날엔 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를 위하여 해줄 수 있는 건 없으니 하루 종일 애쓰고 나오는 아이를 반갑게 맞아주고 오늘도 애썼다는 격려를 한다. 아이는 우리가 데리러 가는 걸 좋아한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두 번째 기회를 준 엄마, 아빠가 고맙기도 해서이다.
아이는 벌써 1월이 다 갔다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했다. 막상 공부를 하다 보니 할 공부가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뭘 해야 하는지 보이기 때문에 더 깊이 깊이 나아가게 된다. 안 하면 뭐가 부족한지 몰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아이가 공부를 하면서 정말 할 게 많다고 느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주욱 그 맘 그대로 유지하길 바란다. 아이와 나를 위해서 약국에 간 김에 영양제도 샀다. 일반 비타민만으론 부족한 거 같다. 아이가 구내염도 잘 걸리고 목도 종종 아프다고 해서 수험생용 영양제를 추천받아서 샀다.
벌써 D-289일이다. 아이도 매일매일 며칠 남았는지 볼 것이다. 오늘도 오늘만 살자고 이야기했다. 마침 오늘 매일성경이 바로 그 말씀이었다.
오늘은 수능특강 교재 판매가 시작된 날이다. 아이가 10권의 수능특강 교재를 장바구니에 담아서 깜짝놀랐다. 수능특강 교재가 이렇게 많다니! 오늘은 2월 급식비도 결제했다. ㅎㄹ
정말 올 한 해는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다. 공공요금과 대중교통요금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어마어마한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기분이다. 모두모두 이 어려움을 잘 이겨보길 바란다.
지지난주엔 미적분과 지구과학, 생명과학 교재를 주문하고 메가스터디 수강신청도 해줬는데 ㅎㅎ 부디 전부 다 풀기를.
아이도 나도 이 시간이 길면서도 순식간에 지나갈 소중한 하루하루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나도 아이도 이 시간을 살면서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임을 온몸과 마음으로 경험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 바로 지금만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과거에도 오고 있는 미래에도 아니고 바로 지금에 머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