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하임체스터 투병기]
직장에는 일주일짜리 연차를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것도 나름 적응이 되는듯 싶었다.
일주일 뒤면 나도 정상인들 처럼 얼굴색도 돌아오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 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우선 내가 주관적으로 체감한 '황달'의 네가지 증상은 다음과 같았다.
1. 얼굴 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 끝까지 노랗다.
2. 소변 색깔이 박카스처럼 진한 노란색이다.
3. 어마어마한 전신 피로감이 밀려온다. (등산하고 다음날 느낌)
4. 미친 가려움이 시작된다. (이게 정말로 괴롭고 생지옥이 따로 없다.)
입원 후 바로 다음날이었다. 4번 증상인 미친 가려움이 시작된 것이다. 전신을 모기가 실시간으로 계속 쏘인다고 생각해보면 비슷한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근데 문제는 긁을 수 없다. 이게 진짜 문제다. 긁지 않고 참아야 고통이 줄어드는데 정말 긁지 않는게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에게 가려움을 줄여주는 두가지 솔루션은 바로 먹는 약과 아이스팩이었는데, 먹는 약은 효과가 보통 3~4시간 정도 지나면 효과가 사라졌다. 그래서 매일 삼시 세끼 식 후 3번 복용하고, 자기 전에도 복용하고 도저히 잠을 못자면 새벽에 한번 더 먹는 루틴을 거치게 된다.
가려움 약 효능이 떨어지면 그때 아이스팩을 이용하는데, 아이스팩은 보통 30분 정도 대면 바로 냉기가 사라진다. 그리고 문제는 전신이기 때문에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아이스팩을 여기저기 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스팩을 두개 구입해서 냉동실에서 로테이션으로 얼리고 대고 얼리고 대고를 반복했다.
(입원 당시 탁상용 미니 선풍기를 챙겨갔는데, 황달에 걸리신 분들은 입원 할 때 필히 챙겨가시길 권장드린다. 가려움 완화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솔루션도 한계는 있었다. 아니 내 인내심의 한계가 있던게 맞는 표현이겠다. 이게 한번 긁기 시작하면 멈출 방법이 없다. 한번 긁기 시작하면 불쾌한 도파민(?)이 생성되면서 만족할때까지 전신을 긁게되더라 도저히 내 의지로 멈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긁은 후 몇 초간 시원한 보상과 함께 정확히 세배로 가렵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건국대병원에서 일주일 넘도록 체류하게 되었다. 이유는 황달(빌리루빈) 수치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황달(빌리루빈)은 정상수치가 0.5수준인데, 나는 22를 뛰어넘어 30가까이 측정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담당교수님 조차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뚜렷한 답을 내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황달 수치를 낮추기 위한 치료는 우루사(티비에서 보던 그거)를 먹고, 수액을 맞고, 스테로이드를 먹고, 가려움 약을 먹으며 참아내는 방법이었는데, 보통 사람들은 일주일 정도면 황달 수치가 점점 내려간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달랐다. 슬슬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에드하임체스터 투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