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힘들었던 하프마라톤 완주기

하프마라톤에 참여하면 좋은 점

by 루케테

지난 일요일. 직장 동료가 같이 마라톤 대회에 같이 참여하자는 권유에 못 이겨 하프마라톤 넙죽 신청을 하고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였다. 마라톤 대회 당일, 작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였는데, 작년 대회에서는 10km는 1시간 안으로 들어오고, 하프마라톤도 2시간 10분 중반대에 들어왔었다. 그래서 올해 마라톤 대회도 지난 오랜만에 뛴다고 하여도 2시간 20분대에는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3km도 채 뛰지 않았는데, 가뿐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몸이 작년과 너무나 달랐다. 겨울 시즌 동안 달리기는 하지 못했지만, 나름 웨이트를 하면서 근육도 불리고, 체중도 불리기도 했는데, 달리기 실력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3km 정도 달리니,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앞질렀고,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페이스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웨이트를 하면서 작년에 비해 몸무게가 7~8kg이 늘어난 게 1차적인 원인이었다. 이는 곧 작년보다 더 떨어진 달리기 근력임에도 7~8kg 아령을 들고뛰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힘든 게 당연했다. 그런데, 그걸 하프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다니.. 참 미련했다.


이에 더해 이번 달리기 코스도 만만치 않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교차되었고, 비포장길로 되어있는 코스도 있었다. 오르막의 경사도 작년에 참석했던 마라톤들의 코스에 비해 가팔랐다. 날씨는 빌어먹게도 너무나 화창했다. 내 머리와 얼굴로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다.




5km를 넘어가는 시점부터 기록의 문제가 아니라, 완주의 문제로 변경되었다. 꼴찌를 하더라도 완주를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8km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장딴지에 쥐가 올라오는 거 같았다. 부리나케 놀라 걷기 시작했다. 걷다 가볍게 뛰다를 반복하다 보니 장딴지 경련은 없어졌다. 그리고 매우 느린 속도로 뛰어갔다. 이제는 허벅지에 경련이 생겨왔다. 다시 걸었다. 허벅지 경련이 없어지니 다시 조금씩 뛰어봤다. 고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고통이 찾아오는 간격은 짧아지고, 걸으면서 고통이 풀리는 간격은 길어졌다. 고통은 장딴지에서 시작해서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거의 꼴찌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내 뒤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독했다. 교통통제가 되어서 비어진 차료에 나 혼자만 덜렁 남아 있었다. 내 앞에 뛰는 사람도 내 뒤에 뛰는 사람도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얼마 정도 지나고 나니 풀코스 선두주자가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코스와 날씨 때문인지 풀코스 주자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풀코스 주자도 한 명씩 한 명씩 나를 앞질러 갔다. 어떤 풀코스 주자는 '조금씩이라도 뛰세요. 걸으면 다시 뛰기 힘들어요.'라는 아주 정석적인 말을 해주고 지나가길래 그 말을 듣고 조금 뛰어봤지만, 통증이 또다시 올라와 몇 미터 못 가고 다시 걸었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갔다. 도중에 중도포기자를 싣고 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도 하고, 도저히 못 뛰겠다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구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나아갔다.


통증은 장딴지에서 허벅지를 거쳐 골반까지 올라와 있었다. 걸을 때에도 골반이 아팠다. 남은 거리는 3km 남짓.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표지판에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그 표지판까지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게 마치 시험 합격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장수생과 같은 느낌이었다. 1점만 더 따면 합격인데, 그 1점의 성적을 더 올리기 힘들어 계속 시험공부를 반복하는 장수생과 같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게 너무나 무거웠다.


달리기는 매우 명확한 운동이다.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가면 결국에는 골인점을 통과하게 되니까 말이다. 남은 거리 2km 팻말... 남은 거리 1km 팻말을 지나가고, 드디어 골인점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꼴찌에 가까웠지만, 거리를 통제하고 있는 사람들 중 몇몇은 응원의 말을 보내기도 하였다. 잘 달리지 못하니까 좋은 점이 많았다. 꼴찌에 가깝게 되어 느껴지는 창피함보다, 기록 등을 내려놓은 채로 완주를 하길 바라는 응원을 받으니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강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서 완주 메달과 간식을 받고 주저앉았다.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지듯 앉았다. 나도 모르게 울컥함이 올라왔다. 완주할 수 있을지 몰랐고, 몇 번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겨내고 들어왔기에 벅찬 마음을 형언하는 게 쉽지 않았다. 3시간 4분. 꼴찌에 가까운 성적. 작년이었다면, 3시간을 넘으면서 들어왔다면 나 자신을 자책하고 비판하면서 괴로워했을 텐데.. 올해의 나는 달랐다. 3시간 4분 기록도 자랑스러웠다. 완주를 해 낸 나 자신이 뿌듯했다.


그리고 나보다 한참 먼저 들어와 있던 동료와 만나서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날은 제대로 걷지 못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마라톤을 마친 지 이틀이 지났다. 이상하게 활력이 솟아났다. 3시간 정도 뛰면서 몸에 있는 노폐물이 많이 빠져나가서 그런지 몸이 회복된 이후부터는 너무나 가벼워졌다.


사실, 마라톤 뛰기 3주 전에 두 번째로 코로나에 걸리면서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 첫 번째 걸렸을 때 보다 덜하긴 했지만, 두통과 무기력증 등 후유증이 있기도 하였는데, 하프마라톤 참석 후 몸이 회복되면서 코로나 후유증도 모두 없어졌다.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진짜였다. 마음이 꺾이지 않고, 끝까지 성취해 내니, 힘들었던 몸은 회복되면서 훨씬 가벼워졌고, 마음도 이에 맞춰서 활력이 솟아났다. 만약에, 마라톤을 하면서 마음이 꺾였다면, 이후에 찾아온 환희의 순간들도 느끼지 못했겠지.




혹시 밝은 빛을 느끼고 싶은가? 그러면 암흑 속에 오랜 시간 있다가 나와보라. 그러면, 이 세상이 평소보다 매우 밝게 보일 것이다. 밝은 세상에 눈이 익숙해지면, 처음 보았던 밝음보다 많이 희석되겠지만, 이 세상의 밝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임을 정해져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둠에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 어둠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는 일상일지라도 그대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올 테니. 그 특별함을 잊지 말고, 영원히 간직하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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