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한계에 대한 이야기
프로젝트 매니저(PM)과 엔지니어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PM 입장에서는 개발자의 디버깅이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고, 개발자가 보기엔 PM이 실무는 모른채 소통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한다. 즉 이들은 서로의 업무가 얼마나 복잡하고 시간을 요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내 업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6년 전, 고등학교 3학년이던 나는 '대한민국 인재상'이라는 한국장학재단 주관 대회에 참여하였다. 열정도 관심사도 많았던 내가 최종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지원자는 관심 분야도 다양하고, 꿈과 목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텐데, 어떤 기준으로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을까요?"였다. 내 답변은 이러했다.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패기로운 19살이었다.
인공지능 회사 PM의 입장에서, 특정 개발 마일스톤이나 태스크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계획은 수정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계획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계획의 실천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프로젝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함께 하는 팀원들의 능력치와 성향을 최대한 파악하는 것 밖에 없다.
종종 여러가지를 두루 잘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PM의 관점에서 봤을 때, 모든 엔지니어들의 업무 습관을 전부 이해하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 PM팀으로 발령이 났을 때, 내 주요 업무는 PM 팀장님의 잔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었다. 고객사와 비교적 사소한 부분을 확인(confirm)하는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개발자 5-6명과 소규모 미팅을 진행하며 PM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어렵지 않았고,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을 때, 팀장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그걸 쉽게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 이유는 아마 PM의 역할은 눈에 보여지는 것이 아닌, 끝 없이 고민하며 내 한계를 극복하는 시간이 뒷받침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건 엔지니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좋은 PM은 어떤 사고를 가지는게 맞을까. 모든 직위가 그렇듯 내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팀원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