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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Sep 06. 2022

나를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내 스트레스도 쓸어 담을 수 있다면


아이들과 수업 중에 스트레스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있는가에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것이 당길 테지만 그때마다 군것질을 해서 풀려면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 바르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각자의 스트레스 법을 물었다. 아이들은 아주 단순하게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잠을 잔다든지, 혹은 커다란 베개에 파묻고 큰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몇몇 아이는 나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시원하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준다는 말로 잔뜩 얼은 내 마음을 풀어주었다. 에이 그러면 안 돼, 했지만 실은 나도 그보다 더한 사람인지라 그 순간 대리만족의 감정을 느꼈음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한 아이로부터 파생된, 사실은 이미 그전부터 꽤 오랫동안 억눌러왔을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폭발한 것은 바로 지난 주였다. 당장에라도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올 스톱해 버리고 싶을 만큼의 엄청난 스트레스가 나를 짓눌렀고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해소가 된 것은 아니니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나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왔을까. 아니 내 스트레스의 근원은 어디인가,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명쾌한 답은 없다. 지금보다 더 젊었던 20대 시절에 비해 지금은 더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만병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내 병은 더 지독하게 스트레스에 민감하니 나는 그로부터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뒷머리가 묵직한 날이 오랫동안 이어지다가 주말을 푹 쉬니 며칠 괜찮았다. 그러다 또 오늘 아침에 앞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으로 타이레놀을 연거푸 삼켰다.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크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리저리 상황을 재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남의눈을 의식하는 데서 생기는 내 속마음과의 괴리 등이 스트레스 폭발 지경에까지 나를 데려다 놓는 것일 테다.

지난 어느 날엔가도 아, 열받아했으면서 잠깐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멈칫했을 때가 있었다. 물론 그때도 더 바쁜 순간에 묻혀 그저 그런대로 그 순간을 피했다. 나는 그때그때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려는 노력 대신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으로 늘 그들을 덮어온 것 같다. 그러니 수용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지난번처럼 폭발을 하는지도.


오늘 아침처럼 두통과 짜증이 섞인 날에는 온몸이 늘어진다. 스트레스가 나를 먹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젖을 정도로. 그렇다고 이런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나를 떼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혼자만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산책을 한다든지, 땀범벅이 될 정도로 운동을 한다든지 아니면 온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다시 정리하는 미친 짓을 해서라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좋을 것 같은 일상이다.


괜히 9월이 되고 바람이 선선해지니 마음도 말랑말랑 간질간질 해진다. 이제  이상 누군가  건드렸다고  하고 눈물 떨굴 나이는 아니지만 낙엽 쓸어버리듯  마음의 짐들도 함께 쓸어버리면 좋겠다. 아직 낙엽을 운운하기엔 이른 때니 조금  참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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