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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Jan 24. 2023

부러움을 벗고 나를 입습니다

10쪽 독서를 하며 느끼는 것들



1월 둘째 주부터 사라님과 <10쪽 독서>를 하는 중이다. 각기 다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엮이는 그 과정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단 두 주를 경험했을 뿐인데 내가 마치 여러 갈래의 거미줄을 뽑고 있는 거미가 된 듯하다. 그중 몇 권의 책은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도 기억하고 싶어서 짧은 글에 두서없는 기록을 남긴다.



'남의 삶은 늘 하이라이트만 보이고, 내 삶은 늘 무대 뒤가 생각난다.'

 <시작의 기술>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한 문장을 시작으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늘 나만 힘들고 바쁘다고 투덜댔으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잣대로 바라보았으면 조금 덜 힘들었을 일도 남의 무대를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무대는 망친 꼴이 됐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머릿속에 담고 있는 자아상을 버리면 자유롭게 행동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수 있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학생은 속박에서 벗어나 열정을 되찾을 수 있다.'

'자신이 특별하다거나 남다르다는 생각을 버려라. 삶의 기준을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다시 정하라.'



나는 누군가 늘 부러웠다. 초중학교 시절엔 글 잘 쓰는 친구가 부러웠고, 키가 큰 사람, 날씬한 사람, 내 스타일인데 나는 못 찾는 옷을 입은 사람,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 일도 육아도 다 잘하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선행을 잘 베푸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사람... 그러고 보면 세상에 부럽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그런 잣대로 보기 시작하면 나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도 늘 비교대상은 어제와 오늘의 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실 누군가 부럽다고 말할 때는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위주로 말하는데 수적으로도 가지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과 달란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러운 면만 보면 나라는 사람은 쏙 빼놓고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것은 남을 부러워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나의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생각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알아간다. 말보다 행동으로 굳혀져야 정말이 될 테지만 이전에 없던 변화를 느낀다. 누군가의 삶의 단면만 보고 그것을 부러워하고 있을 바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쓰는 편이 낫다는 걸. 다행히도 그런 마음을 먹은 후 나는 조금 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산다. 



'당신의 습관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준다. 당신이 얻는 성취는 한 번의 행동이 아닌 삶에서 만들어진 습관에서 나온다'. <원씽>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한결같이 꾸준하기란 힘든 나이기에. 욕심을 부려 무질서하게 내려놓은 발을 거두고,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 하나씩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야겠다. 일을 하면서 특별히 내가 죄송할 일이 아닌데도 ‘죄송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꺼내는 것도 의식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고치고 있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내 의사를 전하는 것. 글로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남발하지는 않게 되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내가 그렇게까지 죄송할 일을 했나 더듬어 보다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그런 말을 만든다는 걸 알았다. 언제나 내 무대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다독거리며 안고 살아갈 마음과 손절을 하고서라도 떼어내야 할 나쁜 습관들을 잘 가려 앞으로 걷는 길은 뒤돌아서 울 일이 없기를.




문득 어제 본 바닷가의 풍경이 생각난다. 눈에 담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뻤던 그 바다의 한 쪽짜리 풍경과 더 멀리 산등성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아름다웠던 바닷가 마을의 한 폭짜리 풍경을 다시 떠올려본다. 처음의 나처럼 가까이에서 바다를 보았던 사람들은 위에서 내려다본 그 바다의 아름다움을 알까? 위에서만 바다를 보았던 사람들은 가까이서 만나는 바다의 살풋하고 짭쪼롬한 냄새를 알까? 살면서 나무에 집중해야 될 때와 숲에 집중해야 될 적기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무를 볼 때나 숲을 볼 때나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그곳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내가 보고 싶은 바다의 배경을 무엇과 함께 볼 것인가만 다를 뿐.


10쪽 독서를 하면서 나는 나만의 나무를 심으며 천천히 자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부지런히 읽고 쓰면서 언젠가 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길을 잃어 다른 숲을 서성이다가도 곧, 내가 일군 숲을 찾아 사이사이 누비면서 한 그루 두 그루 내 나무를 매만져 줄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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