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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Sep 26. 2021

나에게 쉼이란,

핸드폰부터 내려놓기




언젠가 본당 신부님께서 생각지 못한 질문을 던지셨다. 우리는 매일 숨을 쉬며 살고,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 마찬가지로 쉬지(休) 않으면 우리도 살 수 없다. 그러니 숨을 쉬듯 잘 쉬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제대로 쉬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숨을 쉬듯 우리 생에 휴식도 중요하단 걸 잊고 있었다. 나는 몸은 쉬고 있지만 마음이 쉬이 쉬어지지 않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완급 조절을 해 가며 잘 쉬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산책, 독서, 잠, 멍………. 어느 것을 하더라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 쉬는 것이다. 느긋하게 보이지만 마음은 늘 종종거리니 헐떡거리고 피곤한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잘 쉰다는 것은 시간에 쫓기듯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여유롭게 하면서 마음의 짐을 더는 것이다. 그것에서 비로소 쉼이란 걸 느낄 수 있겠지.



며칠 전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오는 길이었다. 층층이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발끝에 비로소 가을의 여유가 느껴졌다. 아! 이거지. 그런데 그런 여유를 느끼며 지내는 것이 쉼이라 생각한다는 나는 왜 쉬었다 생각하는 날이 적었던 걸까? 그날 내게 있고,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핸드폰도 그중 하나였다. 낮에는 일을 한다고, 밤에는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온갖 것을 내 시간을 잡아먹으며 하고 있는 나를, 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핸드폰에서 벗어난 잠깐의 일상이 정작 내가 바라는 쉼에 더 가까웠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핸드폰을 든 대신 나와 더 깊이 대화할 시간도 놓쳤고, 누군가의 삶과 글을 보며 정작 내 일상을 놓치기도 했다.



제대로 쉬어야겠다고 느꼈으니,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흔히들 디지털 디톡스라고 부르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고, 조금 가벼워져야겠다 다짐한다. 엄마가 왼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지 않아 허전해 보인다는 아이의 말을 들었다. 그동안 내가 어땠을까 생각하니 씁쓸하지만, 지금은 사실 더 듣기 좋은 말이다. 비워냈고 비워낼 자리에 아이의 웃음, 가을바람, 하늘을 더 많이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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