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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Dec 13. 2021

오늘 달이 참 예쁘네요

내게 건넨 한 마디


“쌤 오늘도 달이 참 예쁘네요 벌써 두 바퀴 돌고 집으로 왔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난 후 내게 온 메시지다.

지난 수업 시간에 “선생님, 거리에서라는 노래 아세요? 이어폰 끼고 그 노래 들으며 집에 가는데 달이 너무 예쁘더라구요. 저 그래서 아파트 한 바퀴만 돌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두 바퀴나 돌았어요!” 했던 5학년 여학생의 메시지였다. 반가웠다. 그 아이의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예전에 비해 아이들 감수성이 많이 메말랐다는 걸 느낀다. 어떤 상황에 공감하려고 하기보다 단편적인 사실이나 자기 생각을 늘어놓기 바쁘다. 물론 아이들의 감수성만큼이나 나의 감정에도 온기가 사라져 감을 느끼는데, 그 와중에 아이의 말이 너무 촉촉하게 들렸다.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면서도 자기 할 일을 야무지게 다 챙기는 아이를

보면서 내심 대견하다 생각해 온 찰나, 그 메시지가 내 마음도 울린 것이다.


나는 내가 들고 가는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듣고 차분히 고개를 끄덕여 주는 사람이 좋다. 그런 때야 말로 마음의 짐 한 겹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런 기분이었다.

아이에게도 그랬을까? 수업시간에 제 말에 격하게 공감해 준 나에게 마음의 안식을 선물한 이유가. 사진 한 장과 함께 보내준 메시지 한 줄. 힘들고 지쳤던 5일간의 내 마음을 녹여주고 손을 건넨 그 마음이 오늘 느낀 도움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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