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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Nov 18. 2021

나는 나의 속도로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

내 하루를 곱씹어 보면 오늘 하루 참 잘 살았다 싶은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흔히 말하는 근성이라는 게 없던 내가 여태껏 너무 대충 살았나 부끄러워질 만큼.


어렸을 때는 당연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욕심이라고 해봤자 부모님이 들어주실 수 있는 정도였고, 당연하게 주어지거나 조금만 노력해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 흔한 승부욕도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내게는 그것이 오발동하여 괜한 시기와 질투가 되는 일이 잦았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 속에서 부글거리는 마음을 좀처럼 다잡을 수 없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말처럼 나보다 많이,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그게 어떤 물건이기보다 재능일 때 더욱 그랬다.


초, 중학교 때에 글짓기 대회 대비반이 있었다. 당연히 잘 쓴다는 아이들을 모아놓았으니 대개 자신감에 넘쳤고 나는 그만 그 앞에서 주눅 드는 일이 많았다. 나는 내 몫의 글만 쓰면 되었는데. 각자 잘 쓰는 분야가 있고, 그들이 쌓아온 노력의 댓가가 글밥이 되어 쓰는 글인데도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성인이 되어 만난 바깥세상도 나를 집안에서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다. 시기와 질투로 이어져서 해결될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습관처럼 이걸 해 보아야지!하는 결심보다 안 되면 그만이지란 생각이 앞서는 포기에 익숙했다. 비뚤어진 승부욕이었다.


나는 곱씹은 하루가 보다 충만하기를 바라기에, 이제 건강한 생각들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 안다, 나의 경쟁상대는 언제나 그렇듯 나였다는 것을. 나는 나를 둘러보지 못하고 그 밖의 것들에 치중했으니 당연히 속이 건강하지 못했다. 경쟁에서 지기도 싫었고, 부족한 것을 들키기도 싫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저마다 자기만의 속도로 내면의 나와 끊임없이 경쟁하며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음을. 내게 부족한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마음이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이었음을. 나는 나의 속도로 오롯이 내 길을 걸어가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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