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산간인가 시베리아인가
하필이면 눈보라 몰아치는 오늘 교통봉사였다. 알람에 맞춰 일어나 창밖을 보며 망설였다. 못 가겠다고 연락을 드려야 하나. 분명 어제 오후 학교에서는 등교가 어려운 경우 담임선생님께 연락해도 된다는 문자가 온 상황이었다.
등교가 어려운 경우 연락을 해도 된다는 말이었지 등교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었기에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바지를 입고, 터틀넥을 입고 그 위에 플리스를 입고, 롱패딩은 서울에 두고 와 그나마 엉덩이를 살짝 덮어주는 패딩을 입고, 귀를 덮어주는 모자를 쓰고, 털양말에 부츠를 신고 장갑을 낀 채 집을 나섰다. 당연히 마스크도 장착. 아무리 사륜구동이래도 위험하기에 차를 두고 걸어갔다.
여기는 제주도인가 시베리아인가.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라면 예쁘기나 할 텐데 거센 바람이 섞인 눈은 가로로 내리며 빼꼼 나온 내 얼굴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안경 사이로 끼어들어 눈이 눈을 때릴 때는 눈물이 찔끔 났다. 그나마 푹푹 빠지는 발이 미끄러지지는 않아 퍽퍽 걸음을 재촉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평소 30~40명이 다니는 길에 10명 남짓 아이들만 지나갔지만 언제 차가 미끄러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눈보라를 뚫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한다고 일부러 찾아오신 딸 담임선생님과 짧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고. 평소 타고 다니는 노란 스쿨버스가 아닌 안전장구를 장착한 관광버스를 타고 온 딸도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드디어 눈이 그치고 해가 나고 눈이 녹을 것 같다는 기쁜 소식은 없다. 여전히 휭휭 바람 소리가 집안으로 스며들고 가끔은 창문도 덜컹거린다. 물론 눈도 그치지 않았다. 열 시까지 주일학교 친구들 성탄 선물을 포장하러 성당에 가야 하는데 중산간에서 해변까지는 내려갈 수가 없다. 해변 지역은 괜찮다는데 역시 산 중턱이 문제다. 오후에 하교하러 딸을 데리러 갈 길이 벌써 아득한 나는 제주 중산간이자 오늘만큼은 제주인지 시베리아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제베리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