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이야기공방 3
외출하고 돌아오니
저 멀리 식탁 위에 빨간 물체가 어른거린다.
'저게 뭘까?'
가까이 다가가니 의문의 물체는
형체가 점점 뚜렷해진다.
풍성한 하얀 수염과 두툼한 뱃살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눈까지
푹 눌러쓴 양말목 산타할아버지.
'언제 이렇게 만들어 놓았지?'
귀여운 양말목 인형을 보니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흘러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는
신나는 축제의 날이었다.
거리는 온통 흥겨운 캐럴 소리로 가득했고
곳곳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예쁜 씰을 판매하는 가게가 넘쳐났다.
친구에게 줄 카드에 들뜨는 마음을 담아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 내려간다.
"메리크리스마스!"
정성스레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서로에게 전해주던 그때의 감성과
그 시간의 설렘이 그리워진다.
크리스마스의 산타할아버지란,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풍선처럼 둥실 떠오르는
꿈과 행복을 은유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산타할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는지 내게 묻는다면,
그저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을 것이다.
쏟아지는 잠과
자꾸만 자동으로 스르르 닫혀버리는
눈꺼풀을 애써 부여잡는다.
두 눈에 힘을 주며 버티고 또 버틴다.
누군가 슬그머니 잠가루라도 뿌린 듯
나도 모르게 천천히 미끄러지듯
스르르 꿈나라로 입장한다.
창문 사이로 살며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머리맡을 확인한다.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뻥튀기 한 봉지.
역시 같은 선물이구나.
실망과 함께 마음속이 어지럽게 소용돌이친다.
내가 원했던 선물은 예쁜 바비인형이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에
매일밤 빌고 또 빌어보았지만,
제작년도
작년도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선물이었다.
이렇게 또 놓치다니..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산타할아버지를 보게 된다면,
한 번쯤은 꼭 따지고 화내며 물어보고 싶었다.
"산타할아버지 저는 착한 어린이가 아닌가요?
왜 제가 원하는 선물을 주시지 않나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될 무렵,
그날도 어김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이브날이었다.
잠들었던 나는 머리맡의 인기척에
평소와 달리 그날따라 아주 살짝 잠이 깼었나 보다.
천 원짜리 지폐와 뻥튀기.
선물을 내려놓는 익숙한 손과
뒤돌아서 나가는 낯익은 발걸음
그것은 '아빠'의 뒷모습이었다.
엄마 아빠 둘 다 항상 바쁘셨고 열심히 사셨지만,
세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늘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다.
비싼 장난감을 구입할 여유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두고 간 크리스마스 선물에는
산타할아버지를 향한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따스한 마음이 깊이 담겨 있었다.
그날 이후,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뻥튀기 한 봉지에 담긴 아빠의 마음은
값비싼 바비인형보다,
친구의 보드랍고 예쁜 곰인형보다,
더 빛나는 보석 같은 선물로 내게 다가왔다.
그 후로도 한동안 같은 선물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선물을 받는 아이의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