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이야기 공방 4
이번엔 어떤 걸 만들까 양말목 상자를 뒤적이던 아이는 노란
색 양말목을 꺼내고 또 꺼낸다. 여러 봉지를 꺼내서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저 많은 노란색으로 무엇을 만들려는 걸까?'
궁금증이 생긴다. 아이가 들여다보는 노트북 화면 속에서 노
란 스마일이 방긋 웃고 있다.
"스마일 방석을 만들 거야!"
"으음~예쁘겠다!"
마음에 쏙 드는 색깔의 노란 스마일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노란
양말목과 하나가 되어간다.
'스마일이라..'
웃음은 상대방에게 기분 좋은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부탁을 하든 혹은 이야기를 하든 웃는 얼굴로 시작한다
면 성공 확률을 더 높이게 되고 호감을 갖게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웃는 낯으로 대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이 친절하고 다정할 거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레 경계를
풀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게 된다. 이는 서비스
업종에서도 적용되며 웃음과 미소는 고객을 대하는 기본원
칙이라 여겨진다. 어린이집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
다. 학부모를 대할 때 밝은 얼굴과 미소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교사를 신뢰하게 하고 긍정적인 라포 형성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때 교사의 웃는 얼굴을 보
고 안심하며 돌아서서 출근한 적이 있는가? 이에 고개를 끄
덕였다면 당신이 속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교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한결같은 모습으로 학부모를
대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했던 한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겉으
로 보이는 모습과 진짜 모습이 정반대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밝고 쾌활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아이를 맞이하지만 학부모
가 돌아서고 교실문이 닫힌 순간, 교실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졌다. 좀 전에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없이 그저 쌀쌀한 표정
과 말투로 아이를 대하는 교사였다.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인간의 이중성에 허탈감이 몰
려왔다. 이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는 믿지 못하게 되고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는 시대
가 오는 건 아닌지 마음이 헛헛해졌다. 어쩌면 반복되는 감정
노동에 많이 지쳤는지도 모른다. 쉽지 않은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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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움과 뾰족함은 살아가며 점점 몽글몽글해지고 연하게 무르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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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고 싶진 않다.
웃는 얼굴 그대로
사람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