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이야기 공방 5
"우리 강아지 키우기로 했어."
어느 날 언니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갑자기 강아지라니..'
평소에 동물을 키우고 싶다거나
좋아한다는 얘기를 좀처럼 하지 않았던
언니의 결정에 의아했다.
그 이유는 조카의 사춘기에서 비롯되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했던 조카였다.
그러나 중학생에 올라간 조카는
사춘기의 어둡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었다.
"강아지가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언니는 애완동물과 함께라면
아이가 심리적으로 조금 더 안정되어
이 시기를 슬기롭게 잘 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언니집에 갑자기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딸은
이모집에 하루빨리 놀러 가서
강아지를 보고 싶다며 들뜬 마음에 발을 동동거렸다.
그리고 언니집에 놀러 가서 보게 된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된 강아지는
걷는 방법도 아직 자연스럽게 터득이 안된 듯
어색한 걸음마로 토끼처럼 깡충거리며 걸어 다녔다.
인형 같은 하얀 강아지가 걸음을 떼는 모습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이모집에 놀러 가기로 약속한 날이 되면
아이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가 일본 여행을 가는데 혹시 우리 집에 와서
강아지를 좀 봐줄 수 있을까?"
집에 와서도 눈앞에 계속 어른거리는 강아지의 얼굴에,
"강아지 키우고 싶어! 강아지 강아지."
하며 매일 노래를 부르던 딸은 당연히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선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가지고 놀 장난감들이었다.
아이는 강아지를 위한 장난감을 만들며 행복해했다.
가족들 모두 여행을 가서 텅 빈 집에
강아지 혼자서 남아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환영한다.
"멍멍멍 멍멍 멍멍"
성격이 무척 활달한 편이다.
아이가 만들어온 양말목 공을 이리저리 던지면
신나게 뛰어가서 입에 물고 달려온 후
또 던져달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자 이쪽이야."
"잘했어."
산책줄도 어떻게 매야할지 몰라
산책줄 끼우는 영상을 들여다보며
엉성한 초보집사가 한참을 버벅거려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눈빛으로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강아지를 보며,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어떤 장점이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장 큰 영향은 단연코 정서적 안정감을 들 수 있다. 반려동
물과 함께 있으면 외로움이 해소되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또한 동물과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불
안감이나 우울한 마음이 완화될 수 있다. 게다가 산책을 시
키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되어 활동량도 증가한다.
더불어 가족들과 함께 동물을 함께 돌보면서 책임감도 기르
고 가족 간 유대감도 강화될 수 있다.
조카가 이야기했다.
"강아지도 우리 가족이에요."
특별한 행복을 주는 가족,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아이의 엉
킨 마음을 풀어주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
이다. 딸아이도 고작 하루 같이 있었을 뿐인데도 깊은 정이
들어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강아지를 꼭 안아준다. 헤어지
는 순간에도 몇 번이고 다시 뒤돌아서서 문을 열고 강아지에
게 작별인사를 하던 아이는, 집에 와서도 보고 싶다는 얘기
를 잊을만하면 꺼내든다.
입장을 바꿔, 강아지는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와 함
께했던 시간은 그 작은 강아지에게 어떤 기억이 되었을까?
주인이 없는 시간을 잠시동안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었
다는 느낌으로 남았을까? 아니면 마침 딱 심심해질 참이었
는데 같이 놀게 되어 지루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짧은 인상으
로 남았을까? 그도 아니면 모처럼 가족들이 다 여행 가고 조
용히 편안하게 집에서 쉬어보려는데 손님들이 우르르 들이
닥쳐서 꽤 귀찮게 되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떤가..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마음이 무너질 듯 지치고 유난히도
감정 소모가 심한 날이 있다. 또 동물도 왠지 힘들고 집사의
진심이 담긴 위로와 사랑을 받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런날.. 말하지 않아도 그저 서로를 꼭 안고 있다. 쿵쿵 뛰는
서로의 심장소리가 차분한 백색소음으로 느껴질 때까지 고
요히 귀를 기울여 본다.
그렇게 서로에게 쉼표 같은 위로의 날들이..
페스츄리처럼 한 겹 한 겹 켭켭이 쌓여 결국엔 '단단한 사랑'
으로 완성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