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병아리 집사 3
그날이 왔다.
병아리 부화기의 부화일을 확인한 아이는
오늘따라 더욱 안절부절 초조하게
부화기 앞을 서성인다.
종이에 뭔가를 끄적여
부적이라며 부화기에 붙인다.
부화일이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요지부동이다.
시무룩한 아이에게
남편은 병아리 이름을 지어보자고 제안한다ㆍ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아이는 떠오르는 이름들을 열심히 종이에 적어보며
신중히 이름을 고른다ㆍ
그러다가 이내 얼굴색이 밝아지더니
종이에 쓴 글씨를 보여준다ㆍ
햇빛 밝은, 햇볕이 잘 드는 이라는 뜻의
'써니'로 결정했다고 이야기한다ㆍ
봄 햇살 아래 초록색 잔디 위에서 삐약 삐약
아기 걸음을 떼는 노란 병아리 써니가 떠오른다ㆍ
그래, 참 예쁜 이름이다.
"아빠도 이름을 하나 정해줘~"
아이의 부탁에 촌스러운 이름이 오래오래 산다는
남편의 알 수 없는 논리로
'금동이'라는 이름이 정해진다ㆍ
푸핫~ 일순간에 가족들 사이에 웃음이 터진다ㆍ
세 번째 알은 '건강이'로 동생이 정한 이름이다ㆍ
"건강하게 자라라 아프지 말고 자라라~"
동생은 주문처럼 부화기 앞에 서서 연신 반복한다ㆍ
한참 병아리 이름들을 정하며
마주 보고 깔깔 웃다가
아이가 무심코 부화기 속 계란을 바라보았다.
"앗!"
계란 하나에 콕! 하고
누가 찍은 것처럼 살짝 틈이 난 게 보인다ㆍ
깜짝 놀란 가족들은 모두 부화기 주위에
빙 둘러앉아 계란을 이리저리 살폈다ㆍ
하지만 살짝 틈만 났을 뿐,
계란은 미동도 없다ㆍ
둘째 아이가 부화기를 건드려서 살짝 깨진 걸까?
아니면 애초에 계란에 흠이 좀 났던 것을
우리가 그동안 미처 몰랐던 걸까?
조바심이 난 우리는 아이와 함께 인터넷으로
병아리 부화와 관련된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병아리가 부리로 첫 콕! 을 한 후
껍질을 깨고 태어나기까지는
대략 12~24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계란 안에 진짜로 병아리가 있는 걸까?'
우리의 알쏭달쏭한 생각과 궁금증들은
뭉게뭉게 피어올라 집안을 빼곡히 채워나갔지만,
시간도둑이 스리슬쩍 훔쳐가기라도 한 듯
시간은 자꾸 더디게만 흘러갔다ㆍ
아이는 자신의 작은 공부상을 부화기 앞에 펼쳐놓고
밥도 먹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며
24시간 대기조가 되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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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금동이 건강이는 모두 무사히 잘 태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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