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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부화 정말 가능할까?

삐약 병아리 집사 2

by 달빛서재

"엄마 아빠 빨리 일어나 봐~",

크리스마스날 아침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으로 병아리 그림이 그려진

종이박스 하나를 소중히 품에 꼬옥 안고 있었다.

아이의 환한 얼굴은 초록빛 트리 아래에서

예쁜 전구처럼 반짝였다.

마음씨 좋으신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어린이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셨다.


그렇다..

모든 것은 그 작은 기계, 부화기에서 시작되었다.


"유정란을 구해줘~"

아이의 성화에 등 떠밀려

도통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는

무작정 근처 마트로 향했다.

계란코너에서 유정란 한판을 집어 들며 생각했다.

'마트 냉장코너에서 판매하는 계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겠어?!

설마 태어나면 그건 진짜 기적이지.'

아이에게 계란을 건네면서도

설마 하는 실낱같은 기대감과

마음한견에 '안될 거야~'라는

단단한 회의감을 꾹 눌러 담았다.


30개의 계란 중 부화기에 들어갈

3개의 알이 아이의 손에서 선택되었다.

그 후 D-Day21

기계에 선명하게 숫자가 입력되었고

부화기 앞은 아이만의 작은 세상이 되었다.


아이의 하루는 계란상태 점검으로 시작하고

특히 부화기가 계란을 자동으로 굴려주는

전란시간이 되어 삐 소리가 울릴 때마다

집안 어디에 있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듯한 발걸음으로

재빨리 부화기 앞으로 달려갔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계란만을 바라보던 아이ᆢ

부화기 숫자가 하루하루 줄어들수록

아이의 마음은 솜사탕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부화기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나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아무래도 태어나지는 못할 듯한

병아리를 기다리는 딸이

결국엔 여름 햇살 아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축 늘어질 모습이 그려져,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하루하루 지나 부화일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보다 더 간절해 진건 나였다.

내 아이의 마음에 끝내

'기적'을 안겨주고 싶었을지도ᆢ


그리고 여우어린 왕자를 기다리듯

오늘도 아이는 부화기 앞에 서서

여전히 병아리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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