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병아리 집사 4
부화기를 지켜보는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작은 틈이 났던 계란에서
조그마한 부리가 보이며 살짝씩 움직이는 모습에
아이는 부화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계란을 살핀다.
계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균열이 생기고
자그마한 몸집의 움직임도 더 활발해진다.
천천히 기다려줘야지 하고 생각했다가도
병아리의 작은 몸짓에도 마음은 금세 일렁인다.
이 작은 생명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지 초조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내 손으로 얼른 껍질을 벗겨주고
"자 어서 나오렴"
하고 다정스레 웃으며 꺼내주고 싶다.
그러나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태어나도 며칠 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갈 확률이 높다고하니..
마른침을 연신 삼키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해도
일단 작전상 후퇴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해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수밖에 없다.
지켜본다ㆍ
기다린다ㆍ
응원한다ㆍ
그로부터 12시간이 더 훌쩍 지났을까ᆢ
눈 깜빡이는 시간조차 부여잡고
수시로 부화기를 응시하던 눈이
건조해서 시리고 눈앞이 흐릿해지는 듯하다.
지나친 몰입에 어지러워
현기증이 날 것만 같은 아찔함으로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 순간
"토독"
아기 병아리가 껍질을 좀 더 많이 깨고 몸을 드러냈다.
병아리가 가쁘게 몰아쉬는 여린 숨과 함께
부화기 안은 일순간에 뿌옇게 되었다.
채 마르지 않은 몸에 노란빛 깃털이
눅진눅진하게 붙어있어 더 안타깝다.
그래 잘 해냈구나 싶어 참았던 숨을 이내 길게 몰아쉰다.
"와! 병아리가 나왔다 나왔어."
줄곧 이 순간을 고대해 왔던 딸이 뛸 듯이 기뻐한다.
인생 처음 경험하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순간에 감탄한다.
비단 딸 뿐인가.
우리 가족 모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병아리가 태어나는 순간을 눈앞에서 목격하다니ᆢ
산타할아버지에게 부화기를 선물 받았고
마트에 놓인 작은 계란이 부화기에 들어갔고
소중한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털이 따스한 부화기의 온도로 차츰 말라가면서
병아리는 점점 보송보송한 노란 솜뭉치가 된다.
고 작고 귀여운 솜뭉치가 살짝만 움직여도
솜병아리 같은 아이가 봉실봉실 웃는다ㆍ
"엄마 이것 봐 너무 귀엽지?."
"방금 왼쪽으로 발을 쭉 뻗었어."
"써니야 나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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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매력적이고 귀여운 애완동물의 탄생에
아이의 마음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