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병아리 집사 6
귀여운 삐약이들과의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이대로 쭉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행복한 인생일 거라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ㆍ
그러나 마음속 확신은 닿을 듯 멀리,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병아리가 태어난 지 2주가 지나갈 무렵
유난히 날개를 자주 파닥이고
베딩에 몸을 자주 비볐다ㆍ
털갈이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ㆍ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병아리 털들이
집안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었고
평소보다 청소기를 더 자주 돌리게 되었다ㆍ
고양이털은 온 집안에 각종 침구 소파까지
엄청나게 날리고 붙는다는데
병아리털 정도야 뭐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ㆍ
어느 날 아침,
삐약 삐약 지저귀는 새소리 같은
경쾌한 목소리에 눈을 뜬 나는
무심코 남편의 다리 쪽을 보고
스르르 감기려는 눈을 번쩍 떴다ㆍ
다리 쪽에 빨간 점무늬 같은
두드러기 같은 게 올라와 있었다ㆍ
"왜 그러지?"
남편은 너무 간지럽다며
다리를 긁고 싶은 걸 애써 참으며 힘들어했다ㆍ
"뭘 잘못 먹어서 체한 걸까?"
"모기한테 물렸나?"
"집먼지 진드기인가?"
약을 바르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우리는 이 시작을 가볍게 여겼다ㆍ
남편도 좋아질 거라며 병원 가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ㆍ
그러나 날이 갈수록
원인 모를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ㆍ
남편은 결국 집 근처 피부과에 갔고
알레르기 약을 먹었다ㆍ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ㆍ
잠시 가라앉는가 싶던 알레르기 증상은
점점 더 온몸에 퍼져갔다ㆍ
결국에 빨간 점은 온몸에 생겼고
가려움에 남편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했다ㆍ
빨간 점의 원인은 밝혀졌다.
유난히 피부가 예민하고 약한 편인 남편은
병아리털이 날리면서 영향을 받았고,
조류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것이었다.
빨간 점들이 뚜렷하게 선명해지며
절정으로 치닫고,
다시 차차 흐려지며 회복될 즈음
우리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ㆍ
"할머니 병아리 키워줄 수 있어요?"
딸아이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께 부탁을 드렸다ㆍ
도시 아파트에서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던 깔끔쟁이 병아리들은
육추기 안에서 흔들리는 차멀미를 참아가며
5시간을 이동한 끝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했다.
이제 파아란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보고
시골 흙바닥을 뛰어다니며 곤충과 애벌레와 함께
어우러지내게 되었다ㆍ
어떤 생활이 더 좋았을까?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다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와 함께 해서 행복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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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부화기에서 태어나 제법 막역한 사이인
써니와 금동이의 시골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