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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메추리를 아시나요?

삐약 병아리집사 8

by 달빛서재

"미니 메추리라고?"


미니 메추리라는 새를 본 적도 없고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금시초문이었다.

마트에 갔다가 깐 메추리알이 담긴 상품을 적은 있다.

그리고 맛있게 완성될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며,

아이들에게 줄 메추리알장조림 반찬을

만들어 본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메추리알을 사면서 단 한 번도,


'과연 이 알을 낳은 '메추리'라는 새는 어떤 새일까?'


'집에서 메추리를 키워볼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며, 의문을 가진 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미니 메추리라니?

처음 듣는 새 이름에 의아했지만,

마음 한편으로 호기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딸아이는 미니 메추리가 너무 귀여울 것 같다고 했다.

부화기에 메추리알을 넣는 판이 있고

그러므로 우리 집에서 메추리 부화가 가능하다며,

신이 난 얼굴로 메추리 부화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메추리알 부화라..'


처음 병아리를 부화시킬 때처럼

알이 부화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걱정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하늘 하늘한 깃털 하나 정도의 가벼움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더 큰 고민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미안해. 그런데 아빠가 알레르기가 있잖아.

그래서 아무래도 메추리알 부화는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아이의 얼굴은 삽시간에 시무룩한 표정과 함께

실망한 기색으로 가득했다.

그날 밤 깊은 고뇌에 잠긴 아이는

힘들었던 아빠의 모습과 함께 미니 메추리를 떠올리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아이는 다음 날부터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퇴근하고 집에 온 아빠에게 매일 쪼르르 달려가

메추리를 키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미니 메추리라 크기도 작아서 털도 많이 안 날릴 거라며

초롱초롱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아빠를 설득했다.

남편은 힘들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곤란한 표정으로 연신 손사래를 쳤다.

며칠째 반복되는 애교 가득한 딸의

메추리 타령에 집안은 금방이라도

온통 메추리알로 가득 찰 것만 같았다.


"우리 메추리 키우자. 메추리 메추리~"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남편은 결국,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에 미니메추리가 있을 수 있는 기간은

털갈이를 하기 전인 최대 2주까지임을,

딸아이와 약속을 했다.


아이는 인터넷을 보며 미니 메추리 키우기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열심히 수집했다.

미니메추리는 성체가 10~12센티이고

수명은 2~3년 정도였다.

온순하고 겁이 많으며 점프력이 좋다는 특징이 있었다.


병아리 집사는 이제 차근차근

메추리 집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스스로 알아보는 딸의 모습에 기특해하며

나 또한 내 인생 처음으로

미니 메추리를 맞이할 생각으로

들뜨고 기대하는 마음을 가득 안고

웃으며 딸을 지켜보다가

문득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준비를 해야 하나?'


'딸이?'


'나도?'


은은한 설렘과 떨리는 불안감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시소처럼

내 마음속에서 미세하게 균형을 맞춰갔다.


상자는 얇은 회색 먼지 한 겹으로 곱게 포장된 채

한쪽 구석에 놓여있었다.

다시는 꺼내보지도 작동하지도 않을 것 같던

병아리 부화기 상자를 아이가 조심스레 들고 왔다.

그리고 다시금 부화기를 꺼내고 있었다.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메추리알 구입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한 끝에

부화율 좋은 메추리알을 선택했고 구입했다.

미니 메추리들에게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지푸라기 짚둥지도 함께 사기로 했다.


배송된 유정란 3개를 바로 부화기에 넣었다.

메추리는 부화하기까지 17~18일이 걸리는데

하루 이틀 정도 더 늦어질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예정된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다.

세 마리 미니 메추리가 알을 깨고 나올 것을 기대하며

부화기를 들여다보는 아이의 표정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였다.

부화기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부화기 앞은 또다시 아이만의 세상이 되었다.


메추리알이 건조해지지 않게

부화기 주입구에 수시로 물도 채워주었다.

메추리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매트도 필요하고

메추리가 놀 장난감도 있어야 한다며

아이는 학교에서 배웠던 양말목 만들기 솜씨를 발휘하여

필요한 물품들을 수시로 정성껏 만들었다.

종이박스를 잘라 집모양으로 메추리가 쉴 곳도 만들었다.


아이가 미니 메추리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은

점점 사랑으로 차올랐고 둥실둥실 부풀어

구름에 살짝궁 닿을 듯했다.


그리고 18일째 되는 날.


"찌직"


드디어 기다리던 알이 깨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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