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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우주가 되어줄래?

삐약 병아리 집사 9

by 달빛서재

" 이번엔 몇 마리나 태어날까?"


우리는 수시로 부화기를 들여다보았다.

부화기에 알을 넣은 후 3~5일쯤에

알을 아주 잠시 꺼내서 검란을 하면

중지란인지 확인을 할 수 있었다.

5일째 되는 날,

집안에 모든 불을 끄고 깜깜한 상태에서

알에 빛이 투과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아이가 핸드폰 후레시 불빛으로

조심스레 살펴보았을 ,

세 개가 모두 핏줄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마리 모두 태어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단단했던 믿음은 미세하게 어긋나며,

우리를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끌었다.


알 두 개는 요지부동으로 끝까지 미동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개의 알 중에 한 개의 알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 한 개의 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심장이 쉴 틈 없이 쿵쾅거리며,

부화기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하루하루를

희망과 설렘으로 채우기에 충분했다.


알 안에서 메추리가 회전하며 부리로 껍질을 쪼았다.

그렇게 바닥면의 넓은 부분이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조금씩 조금씩 깨지며

동그란 크랙을 만들었다.

초조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작은 생명체의 제법 큰 움직임이 느껴진 순간,

미니 메추리가 그 뚜껑 모양을 밀어내면서,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까악! 너무 귀여워!"


우리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태어난 아기 메추리는 메추리알만큼이나 작았다.

병뚜껑 안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자그마한 몸집으로 이제 막 걸음을 떼는 아가처럼

기우뚱거리며 아장아장 움직였다.

고 작은 아가가 혹여 물통에 빠지기라도 할까

걱정이 된 딸아이는

미니메추리 물병으로 둔 병뚜껑을

고무줄로 십자모양으로 묶어두었다.

부화기 안 따뜻한 온기에 보송보송하게 털을 말렸다.

그리고 태어나서 12시간 정도 후,

서서히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전용 사료와 물 정도를 먹였다.

쏘옥 들어갈거야~! 병뚜껑이 좋은 우주

육추기는 고장으로 사용이 어려워

급한 대로 인터넷에서 온열등을 구입했다.

종이박스로 조심조심 메추리를 옮겼다.

메추리는 온도에 민감하다고 하니,

적정온도 35~40도 정도로

늘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주었다.

온습도계를 옆에 두고 수시로 체크했다.


아이가 지어준 메추리 이름은 '우주'였다.

입에 착 붙는 예쁜 이름이었다.


"우주야~ 우주야~"


집안에 이제 막 사랑스러운 아가가

태어난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예쁜 이름을 우리는

하루 종일 다정스레 불러 주었다.

박스 안을 들여다보며

우주에게 우리가 늘 함께 있음을 상기시켰고,

사랑을 듬뿍 담아 수시로 손길을 건네주었다.


심지어 동물을 좋아하지 않던 남편조차도

박스 곁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가족 모두 귀여운 우주의 매력에 빠져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우주는 우리의 '우주'였고,

우리 가족의 전부였다.

메추리 집사의 가슴은 깊은 행복으로 차올랐다.


"우주는 사랑이다."


그 누구라도 이 작은 친구를 마주한다면,

홀린 듯 사랑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

.

.

.

.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밤이었다.

우주에게 줄 물과 사료를 채워주고

더위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을 무렵,


"!"


거실에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본능처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자석에 끌린 듯 재빨리 거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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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