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병아리 집사 10
화장실 문 옆쪽 벽에 등을 엉거주춤 기대고
서있는 건지 앉으려는 건지
구별이 안 가는 남편의 모습.
백지장처럼 사색이 된 얼굴에
시선은 종이박스를 향한 채 흔들리는 눈빛.
찰나의 순간이었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는 나의 발걸음은
곧장 우주에게로 향했다.
잠들기 전 박스 안을 살펴봤을 때
우주는 옆으로 눕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아직 아가라 잠이 많은가 보다.',
'사람처럼 편하게 누워서 자네.'
그러다 이따금씩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물을 마셨다.
'여름이니 우주도 목이 많이 마르겠구나!.
너무 가벼이 여기고 지나쳤을까..?
그 작은 생명에게 노파심을 가졌어야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챘더라면..
아주 조금만 더 빨리..
우주는 하얀 베드 위에 다리를 쭉 뻗고 일자로 누워 있었다.
두 눈은 깊은 잠에 빠진 듯 꼭 감고 있었다.
"우..주...야.."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불러본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내 목소리는 허공에서 의미 없이 빠르게 흩어졌다.
그렇게..
우주는 우리에게 온 지 5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
.
.
그 밤을 우리는 뜬 눈으로 지새웠다.
진정되지 않는 슬픔이 턱까지 차올라 숨이 막힐 듯했다.
우주의 죽음에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부딪힌 남편도,
불러도 아무 답이 없는 우주를 몇 차례 부르다
목이 메이고 가슴이 먹먹해져 가던 나도,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에겐 숙제가 주어졌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
.
.
사방이 어둑해지는가 싶더니
어스름한 새벽의 기운은 이내 사라졌다.
창가로 햇살이 비추며 새로운 아침을 밝힐 무렵
거실에서 딸아이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주야~"
"엄마! 우주 어디 있어?."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이에게 다가가 말없이 부드럽게 안아준다.
"우주 어디 갔냐니까?"
.
.
"우주가ᆢ우ᆢ주가..
.
.
.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
.
.
별..이.. 되었어.."
.
.
.
.
거실에 적막이 흐른다.
슬픔이 눈가에 가득 고인 순간,
아이의 자그마한 몸이 떨려온다.
울음을 삼키고 있구나..
이대로 놓아버리면
따뜻한 온기가 없어질게 두려웠을까?
우주를 향한 연민의 마음을 지금 이대로
놓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그 작은 친구의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생명의 숨, 끝자락을 부여잡듯
우리는 한참을 더 그렇게 서로를 꼭 안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