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병아리 집사 11
여름철 메추리의 적정 온도는 20~28도였다.
우리는 일 년 내내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게
당연히 좋다고 생각했다
여름에 30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메추리가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는 걸.
그때의 우리는 몰랐다.
미니메추리는 손으로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야생성이 강해서 손이 다가오는 걸
포식자로 착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뼈가 얇고 작기 때문에
잘못 잡으면 다칠 수도 있고
특히 머리나 날개 가슴 쪽을 잘못 누르면
내상을 입을 수 있다
그때의 우리는 어리석었다.
우리의 잦은 스킨십이
사랑을 전하는 거라 생각했다.
우리의 무지함과 서투름이 결국엔
우주와의 이별을 만든 건 아닐까?
예견된 결과였다.
아이들과 함께 우주를 집 근처 아름드리나무 아래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묻어주었다
턱없이 부족했던 집사 역할에 용서를 구했다
우주가 저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이 되게 해달라고
진심을 담아 기도했다.
.
.
.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그러나 우주를 떠나보낸 여름날의 아픈 기억은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자리했다.
그 슬픈 감정은 차곡 차곡 쌓여
울적한 기분을 만들어갔다.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파트 입구 나무들은 어느새 알록달록
화려한 계절을 준비하며 고운 색동옷을 차려입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늘도 '우주'가 떠올랐고
늘 그랬듯이 가장 반짝이는 별을 찾고 있을때,
아이가 한동안 잊고 있던 병아리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살며시 꺼내보였다.
“엄마, 아빠, 한 번만 더 병아리 키워보면 안 될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살짝 망설임이 스쳤다.
이번엔 꼭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과,
우주에게 다 주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조용히 가슴을 두드렸다.
기대와 두려움이 엇갈리던 순간,
감정은 서서히 차분히 가라앉으며
희망과 용기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우주를 떠나보낸 뒤
마음이 시리고 허전하던 신랑도,
시골에 간 병아리들을
늘 그리워하던 나도,
딸을 바라보고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멈춰 있던 일상이
살며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여운 병아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막 선물을 풀어보려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이, 조금씩 두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