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고민이 많은 지인을 만났다. 현재 10년 정도 해온 일이 있는데, 일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서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힘든 일보다는 단순하고 편한 일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남의 고민을 듣다 보면 이런저런 해결책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고민이 많은 편이기에 상대 마음이 공감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입 밖으로 꺼내기는 조심스럽다. 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책임지지도 않을 내가 괜히 훈수를 두어서 무엇하나. 막상 본인이 고민을 입 밖으로 꺼내 놓으면, 스스로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고민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일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수록,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갖가지 위험 요소만 떠오르게 된다. 혹여나 과거에 겪은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거나, 어려움을 회피했던 경험이 반복되었을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깊이 각인되어 자신에 대한 확신도 줄어든다. 결국 시작할 때의 설렘보다 실패할 명분만 단단해지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은, 발전된 생각이나 결심에도 이르지 못한 채 계속 제자리에 맴돈다. 벗어나지 못하면 그렇게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 갇혀버린다.
물론 고민을 바탕으로 미리 위험 요소를 생각하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오히려 건설적이다. 준비가 되어있다는 마음은 실제로 해가면서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나 혼자 하는 망상이다. 현실을 배제한 채, 혼자만의 과거에 갇힌 고민은 그저 지금 닥친 삶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 노력하다 보면, 막연했던 고민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과제로 변한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고민할 때는 너무 두려웠던 것들이 막상 해보니 괜찮다는 자신감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쌓인 실천 경험은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보다는 빠른 선택을 하고, 어떤 선택이든 올바른 방향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