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0
1
재택근무를 하면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 0명이 된다. 내가 만나는 이들은 나와 정확하게 미팅이 약속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져 있는 한 좌표에서 만난다. 거기서 정해진 시간만큼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지극히 한정된다.
2
오늘 질문에 답하기 미션은, 다른 참가자의 글을 읽는 것이었다. 나는 네 명의 인증글을 읽었다. 사람은 복잡한 함수라는 생각이 든다. 들어간 질문은 다 같은데, 답으로 나온 내용이 다 다르다. 삶에 대해 점수를 줘보라고 하니 어떤 사람은 만점을, 어떤 이는 낮은 점수를 준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어떤 이는 숫자가 아닌 '긍정점'같은 단어로 점수를 완성했다. 우리는 이렇게나 다른 사람이구나.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는 이야기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구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새삼 상기하게 된다.
3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서 아주 진솔한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나는 누군가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을 여는 재주가 특출 나지는 않은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여는 만능열쇠라도 쥐게 된 기분이다.
4
잘 모르는 사람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읽다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학창 시절 어떤 경험을 기억하는지 알고 있나? 그들은 그 시절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고 싶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근황만 알았지, 그 근황을 만들어낸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5
최근 한 달 동안 우연히 만난 사람은 하나도 없었는데, 오늘은 우연히 누군가를 마주친 기분이다. 마주친 사람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세상에 나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기분이 들 때, 한 발짝 떼서 이동하는 것쯤은 대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와 타인의 다름 사이에서 숨 쉴 공간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