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한 번 다녀올 수 있다면?

day-12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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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다. 특별히 후회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행복했던 순간들은 많지만 굳이 그때로 돌아가 행복을 곱씹지 않아도, 괜찮다. 그 순간들이 특별한 이유는 그때 단 한 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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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가장 궁금한 사람은 나의 큰 이모다. 엄마는 큰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엄마가 초보 엄마였던 시절 큰 이모가 와서 아기 보는 것도 도와주었다고 한다. 갓난아기 시절의 오빠를 목욕시켜주는 사진 속 큰 이모는 무척 젊다. 엄마는 큰 이모가 외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했다. 큰 이모는 살림도 잘하고, 아주 얌전한 성격이었으며 얼굴도 제일 예뻤다고 했다. 엄마의 그런 격한 칭찬 속에서 큰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읽을 수 있었다. 큰 이모는 내가 아주 아기일 때 돌아가셨다. 나는 엄마가 그리워하는 큰 이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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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모가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세 명의 이모가 더 있다. 나는 모든 이모들의 반찬을 먹고 자랐다. 지금도 친정에 가서 김치를 얻어오면 이모 김치가 꼭 딸려서 온다. 명절이면 내가 잘 먹는 반찬을 해놓고 싸주는 이모들이다. 엄마가 여럿인 것 같은 느낌이다. 큰 이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가 함께 기억할 수 있다면 엄마와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와 큰 이모가 함께 있을 때 먼발치에서 구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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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랑은 진짜였을까. 엄마는 이모와 함께였을 때 행복했을까. 엄마 자매들은 환갑이 넘어서도 자주 다투는데 큰 이모와는 달랐을까. 문득 큰 이모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번 추석에 집에 가면 엄마에게 이모 이름을 물어봐야지. 언젠가 타임머신을 타고 정말 그때로 간다면 멀리서 이모의 이름을 불러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쯤이라면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엄마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너무 기대되는데, 언젠가 타임머신 꼭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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