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것에 뛰어나고 싶나요?

day-29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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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살면서 정말 다양한 것이 뛰어나기를 바라 왔다. 44점짜리 수학 성적표를 받았을 때는 수학을 잘했으면 하고 바랐다. 대학시절 떨지 않고 멋지게 발표하는 선배를 볼 때 나도 저렇게 청중을 웃기면서 말 잘하고 싶다, 하고 바랐다. 취업을 할 때쯤엔 별 볼 일 없는 토익 성적표를 보면서 영어를 잘했으면, 하고 바랐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어려운 회의를 잘 풀어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부러워하고 그런 능력을 갖기를 바라면서 살아왔지만, 정작 질문을 보자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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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대답할 수 없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많은 것을 다 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살면서 뭐든 거저 얻을 수 없다는 거 하나만은 정확하게 배웠기에. 뭔가를 잘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돈이든 시간이든 둘 다든. 그래서 저 질문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넌 뭘 갈고닦는데 앞으로 네 인생을 써볼 거니? 그렇게 질문을 바꾸면 그것은 나에게 삶의 방향을 묻고 있다. 그래서 내가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지를 갈팡질팡하는 나침반처럼 흔들리며 찾아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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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뛰어나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잠깐 찡그린 얼굴을 했다고 해서 미워하지 않고,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행동과 그 사람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 아끼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그 사람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가장 진심인 마음을 뒤틀리지 않은 반듯한 상태로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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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는 행동마다 곱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자주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게 되면 꼭 곱지 않은 구석 하나쯤을 찾아내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분들도 나를 수련시켜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행동을 꼬집는 대신 내가 그에게 어떤 온도의 눈빛을 건네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볼 일이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결국 언젠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내 속에 있는 마음을 그대로 꺼내서 보일 수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고 잘 빨아서 반듯하게 널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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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성인군자처럼 했지만, 이런 걸 바라는 이유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참 서툴기 때문이다. 올해 매일 같이 카톡을 하고 얼굴을 자주 보는 친구가 있는데, 일이 힘에 부쳤던지 잠깐 회사를 쉰다고 했다. 그와 거의 매일 소소한 생활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실은 그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전혀 몰랐다. 갑작스레 쉰다는 이야길 하길래 친구가 뭔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던가, 떠올려 봤지만 별달리 기억하는 것이 없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와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다. 내가 즐겁고 슬픈 것만 기억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은 쉽게 패스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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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동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물어보았다. 이제라도 그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두고 기억해 두고 싶었다. 코칭을 배워보니 생활 속에 질문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어 좋다. 질문은 강력한 열쇠다. 묻기 전엔 절대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질문을 통해 나온다. 나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좀 더 열어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를. 올해도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는 중인 것 같다. 방향이 있으니, 멈추지 않는다면 더 잘하게 될 테지. 매일 더 작아진 미움과 더 커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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