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소식 듣고 보건소 전화받기까지
코로나가 시작된 지 벌써 일 년 반이다. 재택근무 기간은 일 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고, 백신 1차 접종도 했겠다, 어려운 고비는 지나간 느낌이었다. 이때 마침 일 년에 한 번하는 팀의 주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최근 딱 두 번을 출근했는데, 같은 팀 동료가 확진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프로젝트 때문에 지난주는 매일 출근을 할 생각이었는데,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에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확진이 되었고, 어제 같이 사무실에 있었으니 나도 검사를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였다. 말하는 동료의 목소리에 미안함이 가득했다. 코로나 걸린 게 잘못은 아닌데, 병에 걸린 당사자가 이렇게 마음의 짐까지 져야 한다니 정말 혹독한 병이다.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자 나 역시 혼란스러웠다. 방금까지 같이 생활하고 있던 남편은 어떡하지? 남편도 검사를 받아야 하나? 나는 지금 몸이 괜찮은 게 맞나? 아니 검사는 어디로 받으러 가야 하지? 일단 회사를 갈 수는 없으니, 방으로 출근해서 노트북을 켜고 선별 검사소를 검색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분당제생병원이라고 나왔다. 오전에 바쁜 일을 정리하고, 선별 검사소를 향했다.
접수 전에 종이 양식에 간략한 신상을 써서 입구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걸 보고 줄서서 대기하라고 안내를 받았다. 열 명 남짓한 줄의 맨 마지막에 섰다. 삼십 분 정도 기다려서 120번, 하고 내 접수번호가 불렸다. 컨테이너 안 간호사가 밀접 접촉자냐고 물어봤다. 옆자리라서 밀접 접촉자인 것 같은데, 아직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하니 고개를 갸웃했다. 알고 보니 보건소로부터 밀접 접촉자로 통보를 받은 경우, 병원에서는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아직 전화를 받지는 않아서 아닐 수도 있으니 여기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알겠다고 접수를 시켜주셨다. 안됐다면 삼십 분을 기다리고도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검사를 받아야 할 뻔했다.
검사를 받을 때 검사 키트를 검사자 손에 직접 들려준다. 그걸 들고 검사관 앞에 가면 검사관이 안쪽에서 장갑 낀 손으로 키트를 받아서 내 입과 코에 넣는 식이다. 그래서 검사받는 자신의 손에 물건이 들려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지갑과 핸드폰, 안내 서류를 들고 있었는데 주섬주섬 잔짐을 주머니에 모두 구겨 넣어야 했다. 이왕이면 가방을 들고 가서 모든 소지품을 한 곳에 넣어 드는 것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이만 원 가량을 수납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결과는 다음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날 오후에 바로 나왔다. 다행히도 음성이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서 보건소로부터 밀접접촉자라고 연락이 왔다. 다른 팀원에게는 같이 커피 드셨는지 그런 질문도 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저런 질문 없이 바로 밀접 접촉자 통보였다. 추후 자세한 연락이 다시 올 거라고 덧붙이며 전화는 끊겼다. 어차피 밀접접촉자로 지정되지 않아도, 2주간 집에만 있을 생각이긴 했는데 막상 격리 대상이라고 연락을 받으니 집안에서도 남편과 격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같이 쓰던 세면도구를 둘로 나눠서 각각의 화장실에 옮겨놓고, 침대는 하나밖에 없어서 이불을 가져다가 남편이 잘 곳을 만들었다. 밥도 떨어져서 먹고 거실에 같이 있을 때는 서로 마스크를 썼다. 집안에서 생이별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싶었다.
아무도 안내해주지 않았지만 격리자용 어플을 깔아보았다. 그런데 시작을 하려면 담당공무원 ID를 입력해야 했다. 아직 담당공무원에게 연락도 오지 않았으므로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일요일이었는데도 다시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담당공무원이 체온계를 비대면으로 줄 거고, 성남시에서 구호 물품을 보내줄 거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전화하시는 분이 내 인적사항을 확인하더니 어, 혹시 제가 아까 전화 안 했나요? 하고 물어보셨다. 아뇨 저는 처음 받는데요, 했더니 멘붕이 온 것 같이 마음속의 소리를 입 밖으로 뱉으셨는데... 일요일에 힘든 일 하시는데 부디 멘탈이 너무 털리지 않으셨기를 바라본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셔서, 혹시 격리 해제되는 시점에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밀접접촉자에도 분류가 있는 것인지 나는 격리 해제 때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희망하면 받아도 되지만 검사 차량을 배치해 드리거나 하는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그냥 증상 없으면 스스로 격리 해제하면 된다고 안내를 받아서 한숨 돌렸다. 나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정오에 격리 해제가 된다!
친정과 시댁에는 격리자라 추석에 못 간다고 모두 말해두었다. 이 이상한 추석을 어떻게 잘 보내볼지 궁리하다가 마켓컬리에서 명절 음식을 잔뜩 시켰다. 추석이 시작되는 토요일에 각종 전이랑 소갈비, 잡채 등등 모조리 도착하게끔. 그 음식도 우리 부부는 따로따로 덜어서 멀리 떨어져서 먹어야 하겠지만, 명절 분위기는 내볼 수 있을 것 같다. 밀접 접촉자는 집안에서 식기도 따로 써야 하는데 그게 너무 불편해서 오늘 예쁜 식판도 샀다. 식판에 명절음식 덜어 먹을 생각을 하니까 헛웃음이 나온다.
어젯밤에는 같이 쓰던 침대에 나 혼자 누워서 잤다. 침대 가운데 베개가 놓여있는 풍경이 그렇게 생소할 수가 없었다. 누워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하고 수화기 너머 목소리를 오래간만에 들으니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끊어요, 라고 말하고도 사랑해요, 잘 자요, 하며 여러 번 인사를 주고받고 전화를 끊는데, 연애하던 시절에도 꼭 이렇게 전화를 끊었던 것이 기억났다. 우리는 하나도 안 변했네. 여전히 다정한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덕분(?)에 이런 추억도 회상해 보게 되네. 나중에도 이 이상한 시국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브런치에 오래간만에 일기를 남겨본다. 난 격리 해제까지 확찐자가 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