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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23.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32>-궁행군자躬行君子


子曰 文莫吾猶人也 躬行君子 則吾未之有得

자왈 문막오유인야 궁행군자 즉오미지유득


-공자가 말했다. "문이라면 어찌 내가 남들과 같지 못하겠냐마는, 군자의 도리를 몸소 행하는 것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문文은 학문學問이자 문장文章이겠지요. '문막오유인야'에서는 '내가 남 못지않게 공부를 많이 한 것은 사실 아니겠느냐?'라는 뉘앙스의 공자의 자긍심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이 자긍심의 이면에는 자괴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궁행'의 목적어인 '군자'는 '군자다움, 군자의 도리'를 뜻합니다. 군자란 하늘의 이치를 이해하여 그것을 땅에 구현하려는 목적성을 가진 존재이지요. 하늘을 대리하여 땅에 하늘의 뜻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섭리에 따라 만물을 기르는 땅처럼, 군자는 백성을 보살펴야 한다는 사명감이 투철하지요. 하지만 소인들이 장악한 시대에 공자가 공적 무대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만한 지식과 지혜를 가졌지만 그것의 현실 적용의 길이 막힌, '군자'이지만 '군자'로 살아갈 수 없는 자의 슬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겸손의 관점에서 읽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공자는 '성인'으로 영원히 살고 있습니다. 진정한 군자 곧 위대한 인간의 삶이란 죽음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연이은 외교 참사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애초에 그는 대통령의 무게를 감당할 만한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검찰총장의 중책을 맡지 않았더라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말과 함께 결기 있는 검사의 이미지로 남았겠지요. 그 이미지를 앞세워 책도 쓰고 강연도 하며 부와 명예를 누리고, 뒤에서는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술을 날마다 즐기며 오랫동안 행복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과욕 때문에 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그의 과욕 덕분에 나라는 마침내 개혁의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언제나 과욕입니다. 그의 실체를 온전히 드러낸 것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그 자신이지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권력자는 광포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국민은 국민을 향해 총칼을 휘두른 극악의 독재자들과도 맞서 싸웠던 불굴의 전사와 같습니다. 그는 우리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타인을 향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본 적 없는 자들에게 성찰과 각성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군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만일 그가 말안장에 위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면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말에서 내려오게 될 것입니다. 


이 땅의 주인의 일원으로서 상상 속 공자의 어투를 차용하여 부드럽게 깨우치고자 합니다. "하늘이 그대를 크게 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순리를 어겨 그대는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 자리에 올랐다. 순리를 어긴 국민이 반성하며 순리를 바로잡고자 하니 더 늦기 전에 그 자리에서 내려옴이 마땅하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그대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의 능력으로는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더 늦으면 퇴로도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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