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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26.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35>-영고寧固


子曰 奢則不孫 儉則固 與其不孫也 寧固

자왈 사즉불손 검즉고 여기불손야 영고


-공자가 말했다. "사치스럽다 보면 불손하게 되고 검소하다 보면 완고해진다. 불손한 것 보다는 완고한 것이 낫다."


 

 겸손할 손(遜)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사치를 부리다 보면 언행에 예의가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백화점 명품관에서 갑질하는 사람들 부류가 딱 이에 해당합니다. 돈을 쓸 수 있는 여유를 타인에게 함부로 해도 좋은 자유로 착각하는 것이지요.  


지나친 검소는 돈을 꼭 써야 할 때도 쓰지 못하는 융통성 없음, 고집스러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색하다, 인정머리 없다는 소리를 듣기 쉽지요.


공자는 이미 <팔일> 편 4장에서 사치와 검소를 비교한 바가 있습니다. '林放問禮之本 子曰 大哉問 禮 與其奢也寧儉 喪 與其易也寧戚 임방문례지본 자왈 대재문 예 여기사야영검 상 여기이야영척 - 임방이 예의 근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훌륭한 질문이로다! 예는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하고, 상은 형식적인 것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 이번 구절 역시 예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요.


허나 크게 보면 공자는 과유불급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곧 중용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가치라도 지나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훌륭한 가치의 긍정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지나친 검소함의 부정성이 있더라도 사치로 인한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공자가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국민을 구제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줄이거나 없애 버린 채 자신들을 위한 토목 공사에는 세금을 펑펑 쓰고 있는 현 정부를 보면 사치에 익숙한 자들이 왜 오만불손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본인 기분 나쁘다고 백화점에서 직원을 무릎 꿇리는 갑질 고객이나 곧 죽어도 본인이 한 말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며 언론과 국민 탓으로 몰고가는 갑질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나 도긴개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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