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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25.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34>-구지도구丘之禱久


子疾病 子路請禱 子曰 有諸 子路對曰 有之 誄曰 禱爾于上下神祇 子曰 丘之禱久矣

자질병 자로청도 자왈 유저 자로대왈 유지 뇌왈 도이우상하신지 자왈 구지도구의


-공자가 병을 앓자 자로가 기도 드릴 것을 청했다. 공자가 말했다. "그렇게 말한 기록이 있느냐?" 자로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뇌에 말하길 '그대여 위아래의 천신과 땅귀신에게 기도하라'고 하였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그런 기도를 한 지 오래되었다."   



공자의 병이 걱정된 나머지 자로가 공자에게 기도를 권하고 있습니다. 기도의 주체는 공자이지요. 제諸가 저諸로 쓰일 때는 어조사나 '이, 저'라는 뜻의 지시 대명사가 됩니다. 저諸를 파자하면 말씀 언(言)과 놈 자(者)로 나뉘지요. 이를 두루 감안하여 위와 같이 풀이했습니다. 자로가 뇌라는 기록을 인용하고 있으니 공자가 말한 '유저'라는 표현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뇌는 조문弔文들을 모은 글이라고 합니다. 


공자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게 어떻냐는 자로의 청을 완곡히 거절합니다. 공자는 그런 사유로 기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공자는 제례를 중요시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천지신명에게 종묘사직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적 차원의 것과 조상에 대한 예의 차원의 것에 국한되었지요.  


무망지질无妄之疾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주역>> 25괘 천뢰무망괘天雷无妄卦 구오 효사에 들어 있습니다(九五 无妄之疾 勿藥有喜 구오 무망지질 물약유희 - 무망의 병은 약을 쓰지 않아도 기쁨이 있을 것이다). 망령되지 않아도 걸리는 병이니 이는 곧 하늘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앓게 되는 병의 뜻입니다. 공자처럼 천수가 다하여 찾아오는 노년의 질병도 이에 해당합니다. 주역은 무망지질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하지요. 


열심히 살아 이룬 성과물을 공동체를 위해 쓰며 봉사의 삶을 산 사람에게 노년의 죽음이란 다만 안식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없는 슬픔과 회한을 안기고 떠나는 안타까운 이른 죽음들이 세상 도처에 있지요. 이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자신을 위한 기도를 거부하는 나이 든 공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무너지는 나라를 구하는 데는 기도가 아니라 참여가 필요하겠지요. 거리낌없이 거짓말하는 대통령도 문제요 그 거짓말을 옹호하는 썩은 언론도 문제지만, 거짓말하는 리더를 방치하는 국민은 더 큰 문제입니다. 나라는 우리 국민이 주인인 집과 같지요. 5년짜리 머슴이 거짓말로 주인을 속여도 내버려두면 주인의 터전은 결국 망가지고 맙니다. 집안의 재산도 거덜날 것입니다. 역사는 우리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났다고 기록하게 될까요? 우리는 역사 앞에 당당한 국민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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