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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30. 2022

일상의 논어 <태백泰伯2>-용이무례즉란勇而無禮則亂


子曰 恭而無禮則勞 愼而無禮則葸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 君子篤於親 則民興於仁 故舊不遺 則民不偸

자왈 공이무례즉로 신이무례즉사 용이무례즉란 직이무례즉교 군자독어친 즉민흥어인 고구불유 즉민불투


-공자가 말했다. "공손하되 예가 없으면 수고롭기만 하고, 신중하되 예가 없으면 두려워하게 되며, 용감하되 예가 없으면 난폭하게 되고, 정직하되 예가 없으면 모질게 된다. 군자가 친족을 도탑게 대하면 백성들이 인에 흥겨워하고, 오랜 친구를 버리지 않으면 백성들이 야박해지지 않는다."     



예禮를 기준으로 공과 노勞, 신과 사葸, 용과 난亂, 직直과 교絞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공손할 뿐 상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전혀 없고 오히려 경멸심이 큰 상황을 가정해 보면, 억지로 표정과 태도를 꾸며야 하는 모든 순간들이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셈이니괴롭고 고단할 따름입니다. 예에 진심의 속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중함은 경솔함보다 낫지요. 하지만 지나친 신중함은 두려움의 발로입니다.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부를 걸지 못한다면 자기 안에 내재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신중함으로 위장할 뿐인 것이지요. 예에는 결단의 속성도 담겨 있는 것입니다.    


주눅 들어 움츠러들고 겁을 먹어 소극적인 것보다는 씩씩하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것이 멋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마초적 기운은 실상 소심함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사람은 본모습을 들킬 상황이 되면 거칠어지기 쉽습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성향이지요. 이런 자들이 권력을 가지면 위험합니다. 자신의 잘못에 무한히 관대하기 때문이지요. 예는 인정의 속성도 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정직은 언제나 최선의 방책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하얀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지요. 의도치 않았어도 때로는 티끌이 날아와 몸에 묻는 법입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정직을 강요하게 되는 것을 넘어서 자기 자신에게도 지나치게 각박하게 굴고 맙니다. 대의를 놓치고 작은 것에 과몰입하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한 번의 실수와 잘못은 절대 사람의 인생 전체를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특히 그가 반성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실수와 잘못에서 빠르게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철면피 수구 세력들을 보다 보면 고 노회찬 의원과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에 여유의 속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공했으면 집안 친척들도 챙기고 죽마고우들도 돕고 해야 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매정하게 굴면 한을 품게 만들고 사람들에게도 인정머리 없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됩니다. 더불어 살면 좋은 것이지요. 물론 끼리끼리 해 처먹는 짓까지 포함하여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경망스럽게 입을 함부로 놀린 잘못을 인정하기로 결단하여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 줄 아는 여유를 보여 주었다면 예의 바르시고 위대하신 리더를 찬양하는 국민들이 많아졌겠지요. 호새호바(새끼를 새끼라고 부르고 바이든을 바이든이라고 부름)하는 국민들도 조용히 일상으로 복귀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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