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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29. 2022

일상의 논어 <태백泰伯1>-삼이천하양三以天下讓


子曰 泰伯 其可謂至德也已矣 三以天下讓 民無得而稱焉

자왈 태백 기가위지덕야이의 삼이천하양 민무득이칭언


-공자가 말했다. "태백은 덕이 지극했던 분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이나 천하를 사양했지만 백성들은 알지 못해 기릴 수 없었다."     



희발姬發은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워 왕(무왕武王)이 되었습니다. 그의 부친 희창姬昌은 문왕文王으로 추대되었지요. 은나라의 제후였던 문왕의 조부 고공단보古公亶父는 태백, 중옹仲雍, 계력季歷 세 아들을 두었는데 계력이 문왕의 부친입니다. 


막내 계력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어 하는 부친의 뜻을 이해한 장남 태백은 중옹을 데리고 나라를 떠납니다. 이후 부친 고공단보의 승하 소식을 듣고도 찾지 않음으로써 동생 계력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고, 계력의 귀국 요청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산발하고 문신하여 오랑캐의 길을 택했습니다. 이것이 '삼이천하양'의 의미이며, 태백의 속 깊은 행실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백성들은 그의 덕을 칭송할 수 없었다는 것이 '민무득이칭언'의 뜻입니다.  


불교에서는 재보시財布施, 법보시法布施, 무외시無畏施를 행함에 있어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자세를 제일로 칩니다. 간단히 말해 내가 베풀었다는 생각, 그 베풂 덕에 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조차 머무르지 않는 것이지요. 상대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상대보다 형편이 나으니 좀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에 돈을 얹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돈과의 인연은 내가 아니라 이 사람'임을 아는 것입니다. 나의 성공에 대한 타인의 지분을 인정하는 것이며, 시대와 공동체를 공유하고 있는 타인들을 감각하는 것입니다. 사회 공헌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물품과 돈의 액수가 씌어진 플래카드나 보드를 들고 사진을 남기는 행위는 진정한 보시와 거리가 먼 것이지요. 


왕위와의 인연은 자신이 아니라 막내 동생임을 알고 물러났으며 그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하지 않았던 태백의 처신은 무주상보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부처를 찾아가 하는 일마다 되지 않는다고 하자 부처가 얘기합니다.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가 퉁명스럽게 대꾸합니다. "하는 일마다 안 되어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인데 어떻게 베풉니까?" 그러자 부처가 가진 것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법을 알려줍니다. 바로 무재칠시無財七施(화안시花顔施, 언시言施, 심시心施, 안시眼施, 신시身施, 좌시坐施, 찰시察施)이지요. 타인들에게 환한 얼굴과 따뜻한 말, 선한 마음과 부드러운 눈길을 건네고, 몸을 움직여 도우며, 자리를 양보하고, 마음을 살피는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 얼마든지 베풂을 실천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저는 여기에 소시笑를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무게 잡는 대신 적당히 망가지며 몸동작과 유머스러운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 말입니다. 만나면 부담없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사이야 말로 편한 관계입니다. 인생의 무거움은 혼자 조용히 끌어안고 살면 되지요. 함께 나누는 웃음이야말로 사람을 밝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에너지원입니다.  


날마다 소시하고 계신 우리의 위대하신 리더의 하해와 같은 성은과 환관들의 노고에 오늘도 감읍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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