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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Oct 01. 2022

일상의 논어 <태백泰伯3>-전전긍긍戰戰兢兢


曾子有疾 召門弟子曰 啓予足 啓予手 詩云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而今而後 吾知免夫 小子

증자유질 소문제자왈 계여족 계여수 시운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 이금이후 오지면부 소자


-증자는 병이 들자 제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내 발과 손을 펴 보아라. 시에 '두려워하고 삼가기를 깊은 연못가에 있듯 얇은 얼음을 밟듯 하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을 알겠구나, 얘들아."



지극한 효성으로 유명했던 증자의 말년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증자는 신체의 훼손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 사실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인용한 <<시경>>의 구절과 '지면'이라는 단어에서 그가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상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심초사한 삶을 살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몸을 일부러 상하게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나 질병, 전쟁 등으로 인해 신체에 장애를 입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모여 살아가는 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확률적 사태이지요. 모든 사람을 질병과 사고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은 인류에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증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과연 효도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일으킬 수 있는가, 그러기엔 너무 옹색한 논리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섭생에 신경 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1차적으로 효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차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육체와 정신의 결합물인 '나'라는 존재자의 존재는 강건한 몸과 정신 없이는 이 세계에서 확보될 수 없지요. 우리 각자는 나라는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으로 부모에게 기쁨과 보람을 선사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단독자로서의 내 고유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충실하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건강 관리에 게을리하여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몸을 의도적으로 상하게 하여 고통을 안기는 불효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인간의 몸은 세월과 더불어 쇠하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최대한 잘 관리하여 오래도록 쓸모를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 한 몸 돌보지 않고 대의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끄럽지 않게 만든, 인간의 품격을 신에 가깝게 높인, 진정 위대한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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