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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Oct 03. 2022

일상의 논어 <태백泰伯4>-삼귀三貴


曾子有疾 孟敬子問之 曾子言曰 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 君子所貴乎道者三 動容貌 斯遠暴慢矣 正顔色 斯近信矣 出辭氣 斯遠鄙倍矣 籩豆之事 則有司存

증자유질 맹경자문지 증자언왈 조지장사 기명야애 인지장사 기언야선 군자소귀호도자삼 동용모 사원포만의 정안색 사근신의 출사기 사원비패의 변두지사 즉유사존


-증자가 병이 들자 맹경자가 문병을 왔다. 증자가 말했다. "새가 죽으려 할 때는 그 울음소리가 구슬프고, 사람이 죽으려 할 때는 그 말이 선해지지요. 도에 있어서 군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용모가 바뀌면 난폭함과 교만함에서 멀어지고, 안색이 좋아지면 신의와 가까워지며, 말이 무거워지면 속됨과 도리의 어긋남에서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제기와 관련된 일은 담당자들이 관리하면 됩니다."   



증자의 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이> 편 4장에서 증자의 삼성三省에 대해 공부한 바 있지요. 증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정조가 쓰기 시작한 일기는 이후 <<승정원일기>>와는 차별화 된 기록물 <<일성록日省錄>>의 편찬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자에게 효에 대해 물었던 맹무백의 아들 맹경자가 문병차 방문하자 증자는 쓴소리를 하기로 작정합니다. 새와 사람의 죽음에 대한 얘기로 운을 떼는데 이는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옳은 말을 하기 마련인데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니 나의 말을 잘 새겨 들으라'는 의도입니다.  


용모容貌는 얼굴이고 동動은 움직이는 것이니 '동용모 사원포만의'는 '네 얼굴을 순하게 바꾸면 네게서 풍기는 난폭함과 교만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꾸짖는 것입니다. 


'정안색'은 안색을 바르게 하는 것이니 '정안색 사근신의'는 '너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낯빛을 붉으락푸르락하지 말고 안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사람들이 직언할 수 있게 되어 신실한 이들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사기辭氣는 사전에 '말과 얼굴빛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안색에 대해 이미 언급했으니 여기에서는 그냥 말로 보면 됩니다. 출出은 산이 중첩되어 있는 상이고 산은 후중厚重을 그 속성으로 하니 '출사기 사원비패의'는 '가벼이 말하기를 멈추고 말에 무게를 싣다 보면 속된 말과 얼토당토않은 말을 지껄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깨우치는 것입니다.          


불쑥 '변두지사'를 꺼낸 이유는 '제례나 의례를 규정한 예법은 다 제정되어 있으니 네 마음대로 곡해하여 너 편한 대로 적용하지 마라. 그런 디테일을 지지고 볶고 하는 짓은 네가 할 일이 아니다. 너도 그저 따르면 되는 일이니 관리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더 큰 일을 하라고 네가 지금 그 권력을 갖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일갈하는 차원입니다.     


증자의 말을 들은 맹경자의 속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자식이 감히!'라는 말이 절로 치밀어 올랐겠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짐짓 태연한 척 물러났을 것입니다. 


죽은 증자는 다시 살아나서 이 나라의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동시 붕괴 리스크가 나날이 커지고 있고 그 피해를 가장 강력하게 입을 나라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나라의 정부는 검찰, 감사원 등을 동원한 사정査定 정국 조성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가볍거나 험악하거나 근거가 박약해 대내외적으로 신뢰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공정과 상식이 불공정과 몰상식으로, 법치가 영치로, 자유가 억압으로 실체를 속속 드러내는 사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로 빠르게 몰락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땅 위로 짙은 어둠이 내려앉을 것입니다. 중우衆愚가 순리를 거역한 대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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