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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Oct 04. 2022

일상의 논어 <태백泰伯5>-유약무실약허有若無實若虛


曾子曰 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 有若無實若虛 犯而不校 昔者吾友嘗從事於斯矣

증자왈 이능문어불능 이다문어과 유약무실약허 범이불교 석자오우상종사어사의


-증자가 말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 없는 사람들에게 묻고, 많이 알면서도 아는 것이 적은 사람들에게 물었으며, 있어도 없는 듯이 하고, 실해도 허한 듯이 하며, 남들이 잘못을 범해도 앙갚음하지 않았으니, 예전에 나의 벗이 늘 이렇게 하였다.  



학자들은 증자가 회고하는 옛 벗을 안회라고 추론합니다. 안회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요. 우리는 증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의 취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하면 됩니다. 


'유약무'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 '너 있었어? 안 온 줄 알았네', 이런 말을 들을 정도인 것이지요. 겸손한 성정에 대한 표현입니다.


'실약허'는 내면이 꽉 차 있음에도 빈틈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에게는 다가가기 어렵지요. 사람들의 눈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증자의 친구는 그 점을 잘 알고 일부러 몸의 나사 몇 개를 풀어 놓는 것입니다. 소탈한 면모에 대한 표현이지요. 깨달은 자인양 엄숙한 표정을 짓는 대신 허허공공虛虛空空한 것입니다.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영혼의 소유자만이 보일 수 있는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가진 것이지요.  


'능력이 없으면서도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묻지 않고, 아는 것이 적으면서도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 묻지 않으며, 없어도 있는 듯이 하고, 허해도 실한 듯이 하며, 남들이 잘못을 범하지 않아도 앙갚음하는' 누군가와 비교하면 증자가 자신의 옛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우리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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