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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Oct 10. 2022

일상의 논어 <태백泰伯9>-민불가사지民不可使知


子曰 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

자왈 민가사유지 불가사지지


-공자가 말했다. "백성을 따라오게 할 수는 있어도, 알게 할 수는 없다."



논란이 많은 대목이라고 합니다. 공자와 유가의 백성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지요.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백성에 대한 공자의 통찰은 정확합니다. 시대를 초월합니다. 우리 시대의 민낯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모름', 이것은 요즘의 여론조사들에서 대통령 지지 의사를 표하는 사람들의 지지 이유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공자의 통찰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총칼로 겁박하고, 고문하고, 죽인 우리나라의 핏빛 현대사에 대해 다룬 책과 영상이 널려 있어도 그들을 알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공화국의 주인으로서 주체 의식이 명확한 국민은 자신을 노예처럼 취급할 것이 뻔한 사람을 리더로 뽑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법입니다. 스스로 알고자 노력하여 끝내 알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하게 입으로만 떠드는 말에 현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사의 교훈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르지만 지지한다, 이유가 없지만 지지한다, 그냥 지지한다, 무조건 지지한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한다고 하니 그런 국민들을 따라오게 하는 것은 쉬운 법입니다. 그들의 무지함에 경쟁 정당을 향한 분노의 불씨를 지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백성들과의 소통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시대에 공자는 백성들을 발몽하는데 한계를 느꼈을 것입니다. 무도한 정치에 끌려가는 우중愚衆의 핍박 받는 삶을 보았을 것입니다. 정치를 바꿔 군자들의 리더십이 작동하게 할 때 비로소 백성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이것은 현실적인 인식입니다. 공자는 다스리고 이끌어 지도할 대상으로 백성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자는 각성한 백성들의 힘을 알았던 사람입니다. <안연顔淵> 편 7장에서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하여 '백성들의 신뢰 없이 나라는 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 아무리 교묘한 말들로 백성들을 후려도 전체로서의 백성은 결국 알게 된다는 인식이지요. 언로가 막힌 사회에서조차 백성은 정치 현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치가 곧 생활이요 생활이 곧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정보와 지식이 넘치고 소통의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는 오늘날, 굳이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낀 후에야 뒤늦게 '잘못 뽑았다', '깜냥이 아니었는데' 등의 말로 후회하는 모습은 궁색해 보입니다. 의식의 천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그래도 반성할 줄 안다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죽어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이 나라는 양지에서 음지로 처박히고 있는 중입니다. '알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유를 모르면서 지지하는 리더 역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며 '알게 할 수 없는 사람'임이 만천하에 알려진 상황입니다. 스스로는 알게 될 수 없고 우리는 알게 할 수 없으니, 끼리끼리 잘들 놀고 자빠져 있는 것이지요. 다행인 것은 '모름'을 지지의 근거라고 밝히는 몽매한 자들도 알게 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이번의 각성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인간이라면 그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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