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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Oct 31.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2>-무소성명無所成名


達巷黨人曰 大哉孔子 博學而無所成名 子聞之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달항당인왈 대재공자 박학이무소성명 자문지 위문제자왈 오하집 집어호 집사호 오집어의


-달항당 사람이 말했다. "위대한 공자여, 박학하나 이름을 떨치는 분야가 없구나." 공자가 이 말을 듣고 문하의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어떤 것을 전공해야 할까? 말을 탈까? 활을 쏠까? 말을 타야겠다."    



달항당이라는 지역에 사는 모인이 공자를 칭찬하는 것인지 돌려 까는 것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공자가 배운 것이 많고 학식이 넓어 평범한 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으니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특출나게 잘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으니 이 점은 안타깝다. 혹시 넓게() 파느라 깊이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람은 이런 뉘앙스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달항당 사람은 기器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지요. 그의 말을 전해 들은 공자의 대답에서 우리는 이 추론의 타당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정> 편 12장에서 우리는 '군자불기君子不器'를 공부했습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곧 군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란 특정 분야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낮은 수준의 인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 법입니다. 굳이 달항당 사람의 말을 전한 이도 '문제자'에 포함되겠지요. 그러니 공자가 유머러스하게 눙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참고로 어와 사는 <술이> 편 6장에서 살펴본 바 있는 육예六藝에 속합니다. 육예란 '예(禮, 예학), 악(樂, 악학), 사(射, 활쏘기), 어(御, 말타기), 서(書, 서예), 수(數, 수학)'이지요. 어는 마차나 수레를 모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대적으로 육예가 교양 수준을 높이는 건전한 심신 활동들의 개념이니 굳이 그렇게 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승마가 되겠지요. 


검사로서 수사를 많이 해봤다고, 그래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정도가 되었다고, 세상의 일들을 통찰하여 만인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가 외교, 국방, 안보, 민생, 복지, 국민 안전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까요? 바이든이 선물했다는 탁상 명패에 새겨져 있는 'The BUCK STOPS here!'의 의미를 영어를 좋아하는 그는 과연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가 내세우는 법치주의에서 우리는 '법은 대통령이 지키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리더의 인식이 이러하니 그 밑의 누구도 자신들이 어떤 일을, 누구를 위해,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자리들만 꿰차고 앉아 있는 것이지요.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참사는 이 정부의 무능뿐만 아니라 국민 보호에 대한 무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당국자들의 비겁함은 우리로 하여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 적 없는 이 땅의 수구 세력에게 번번히 권력을 몰아주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검찰제국의 수립을 방조한 노예 근성에 사로잡힌 국민들로 인해 이 나라가 지금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끔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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