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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01.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3>-종중종하從衆從下


子曰 麻冕禮也 今也純儉 吾從衆 拜下禮也 今拜乎上泰也 雖違衆 吾從下

자왈 마면예야 금야순검 오종중 배하례야 금배호상태야 수위중 오종하 


-공자가 말했다. "삼베 관이 예이지만 지금은 명주 관이 검소하니 나도 사람들을 따르겠다.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인데 지금은 위에서 절하여 교만하니 비록 무리와 어긋나더라도 나는 아래를 따르겠다. 



예를 중요시한 공자이지만 그것의 기준을 형식이 아니라 상식에 두었음을 알 수 있는 구절입니다. 허례가 아니라 내실을 추구한 것이지요. 그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예법은 변화할 수 있다는 융통성과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지켜야 할 것은 고수하겠다는 원칙성을 겸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팔일> 편 4장에서 '예 여기사야영검 禮 與其奢也寧儉 - 예는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한다'고 했지요. 공자가 삼베로 만든 관을 고집하지 않고 사람들이 쓰는 명주로 짠 관을 쓰는 것이 옳다고 인정하고 따른 까닭입니다. 


공자는 불필요한 낭비를 싫어했지만 물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예에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위 <팔일> 편 같은 장에서도 '상 여기이야영척 喪 與其易也寧戚 - 상은 형식적인 것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라고 했지요. 충분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상의 예라는 것입니다. 근조 화환을 보내고 부의금을 많이 내는 것보다 진심으로 상주들의 슬픔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아무리 임금의 권위가 추락한 시대라도 신하는 아래에서 인사해야지 임금과 같은 높이에 올라 인사하는 것은 신하가 몸으로 표하는 예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만하고 방자하기에 인사의 예를 어기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자신은 충성심을 잃지 않고 신하의 도리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인 것이지요. 


공자는 예를 인의 실천으로 본 사람입니다. 공자의 관점으로 보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기는커녕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책임 회피에만 열을 올리는 이 정권의 정책 당국자들은 불인不仁한 자들입니다. 그들의 언행에서는 국민을 보호와 섬김의 대상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통제의 수단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본심이 뚝뚝 묻어나지요. 월북 공무원 사건을 헤집어 인권을 떠들어대던 자들이, 세계시민을 운운하던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숨진 이 대참사에는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지요. 


정상적인 사고력을 가진 국민들은 말합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결코 잘못을 범할 수 없는 무오류의 존재들이 다스리는 신정 국가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절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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