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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논어 <자한子罕8>-봉조부지鳳鳥不至

by 오종호


子曰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

자왈 봉조부지 하불출도 오이의부


-공자가 말했다. "봉황은 이르지 않고 황하는 그림을 내지 않으니, 나는 끝이로구나."



봉황은 전설상의 새이지요. 주역 64괘에 괘사를 붙인 문왕文王 때 기산寄山에서 울었다고 합니다. 문왕은 은나라 주왕紂王에 의해 유리옥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 고향인 기산에서 백성들과 함께 했습니다.


하도河圖는 주역 8괘를 만들었다고 하는 복희씨伏羲氏 때 황하에서 용마龍馬가 등에 지고 나왔다는 신화적 그림입니다. (구글에서 '하도 낙서'를 검색하면 상세하게 설명된 웹 페이지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봉황이 이르지 않는다는 것은 성군聖君이 없다는 뜻이지요. 황하가 과거의 하도와 같은 성물聖物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성군의 치세 곧 태평성대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어리석은 리더가 나라를 다스리고 탐욕스러운 소인들이 날뛰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자 그런 세상에서 쓰일 수 없는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한탄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봉황 문양은 대통령을 상징합니다. 어떤 상징을 사용하든지 간에 대통령 역시 다만 사람일뿐이지요. 국민을 하늘처럼 섬겨야 할 시한부 대표머슴일 뿐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일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니 잠시 자신을 하늘이 내린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하지요. 본인을 내린 하늘은 관념적 하늘이 아니라 땅에 실존하고 있는 실체적 국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공자와 달리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존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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