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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15.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12>-아대고자我待賈者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

자공왈 유미옥어사 온독이장저 구선고이고저 자왈 고지재 고지재 아대고자야


-자공이 말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상자에 넣어 두시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구해 파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팔아야지, 팔아야 하고 말고. 나는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학식과 언변이 뛰어난 자공이 비유법을 써서 스승의 생각을 알고자 합니다. 우리가 주지하듯이 자공은 훗날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이재에도 밝아 많은 돈을 벌어 공자의 경제적 후원자 역할을 했지요. 


현실적 수완과 능력을 갖춘 자공의 눈에는 스승 공자가 아까워 보였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깊은 경지의 학문에 도달하고 높은 덕을 쌓고도 스승이 세상을 위해 크게 쓰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스승의 속이 상하지 않도록 완곡하게 묻고 있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옥은 공자를 가리킵니다. 아무리 값진 것일지라도 상자에 담긴 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지요. 사람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보석의 가치까지 알아볼 정도의 혜안을 갖지는 못했으니까요. 공자는 제자의 질문 의도를 간파합니다. 그리하여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내를 밝히지요. "나도 사람인데 세상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다. 허나 비굴하게 그러고 싶지는 않구나.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훌륭한 리더가 간곡히 원한다면 그때 나는 기꺼이 나갈 것이다", 공자의 말은 현대적 언어로 이와같이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공자의 태도는 어찌 보면 답답하게 보일 수 있겠습니다. 자기 PR의 시대, 퍼스널 브랜딩의 이 시대에 공자처럼 샌님처럼 굴어서야 빛을 보기 어려울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공자가 몰랐을 리 없습니다. 다만 공자는 그런 식으로 공직에 나아가는 것은 오히려 후회를 낳을 일임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릇이 작은 리더 밑에서 하는 일에 대의명분이 있기 어렵습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한 가슴 벅찬 공무보다 리더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적 업무에 이리저리 치일 확률이 높지요. 보람도 기쁨도 없는 일을 하느라 영혼이 썩느니 안빈낙도하는 삶이 백 번 낫습니다. 따라서 사람을 기다리는 공자의 마음은 결코 소극적이거나 작은 것이 아닙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가치 없이 쓰이지는 않겠다는 결기이자 영혼을 팔아서라도 출세하겠다는 소인배들의 마음과는 질적으로 다른 호연지기의 표상입니다. 무능한 리더는 유능한 참모들을 얻을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날마다 확인하고 있지요. 


우리 역시 준비가 덜 되었고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유명세를 얻어 부와 명예를 서둘러 획득하고자 한다면 좋은 인연들과 맺어지기도 바라던 결과로 이어지기도 어렵습니다. 순리에 따라야 합니다. 언젠가 크게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크게 쓰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데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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