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Nov 16.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13>-하루지유何陋之有

子欲居九夷 或曰 陋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자욕거구이 혹왈 누여지하 자왈 군자거지 하루지유


-공자가 구이 땅에서 살고자 하자 어떤 이가 말했다. "누추할 텐데 어찌 하시려구요?"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소?"



<공야장> 편 6장에서 우리는 공자가 무도한 중원을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옮겨 보겠습니다. '子曰 道不行 乘桴浮于海 從我者其由與 子路聞之喜 子曰 由也好勇過我 無所取材 자왈 도불행 승부부어해 종아자기유여 자로문지희 자왈 유야호용과아 무소취재 -공자가 말했다. "도가 행해지지 않아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닌다면 나를 따를 자는 유일 것이다." 자로가 이 말을 듣고 기뻐하자 공자가 말했다. "유가 용을 좋아하는 정도는 나를 넘지만 재주는 취할 바가 없지."   


<팔일> 편 5장에서 공자는 이민족들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子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 자왈 이적지유군 불여제하지망야 -공자가 말했다. "이적에게는 임금이 있으니 중원에 임금이 없어진 것과 같지 않다."


'군자거지 하루지유'를 '군자가 살면 교화가 될 텐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의 의미로 풀이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저는 위의 <팔일> 편의 구절만 정확히 해석해도 이와 같은 견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이민족들을 결코 얕잡아보지 않았으니 그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회의 안빈낙도를 극찬한 공자가 거주 환경의 누추함과 행색의 남루함 따위에 연연했을 리 만무합니다. 당연히 <이인> 편 9장의 내용과 연결하여 이 구절을 읽어야 마땅하지요. 바로 다음 내용입니다. '子曰 士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자왈 사지어도 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 공자가 말했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도 해진 옷과 거친 밥을 부끄러워한다면 더불어 논하기에 충분치 않다."


무도한 땅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공자에게 혹자가 건넨 말은 그가 더불어 논하기에 충분치 않은 사람임을 알게 합니다. 무도해진 오늘의 이 땅에서 뜻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공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질과 권력을 독차지한 악당들이 법을 악용해 정의로운 이들을 핍박하면서 자신들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들에는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더러운 시절이니까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12>-아대고자我待賈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