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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27.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24>-주충신主忠信


子曰 主忠信 毋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공자가 말했다. "충과 신을 기본으로 삼아, 자신보다 못한 자와 벗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본 구절은 <학이> 편 8장에서 고스란히 따온 것입니다. 해당 내용을 아래에 그대로 옮깁니다. 


<학이學而8>-주충신主忠信


子曰 君子 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군자 부중즉불위 학즉불고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공자가 말했다. "군자란 진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워야 고루하지 않게 된다. 충과 신을 기본으로 삼아, 자신보다 못한 자와 벗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공자는 중重과 학學을 군자의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重은 삼가며 몸가짐과 언행을 무게 있게 하는 것이니 진중鎭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신을 가볍게 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군자와 어울리지 않지요. 배워야 고루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배우지 않으면 고루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배움을 멀리한 채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만의 주관에 갇혀 살면 사고의 유연함을 잃은 꼰대가 되기 쉬울 것입니다. 


공자는 중重과 학學의 실천 자세로 충忠과 신信을 기본으로 삼으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충과 신을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으로 두 개의 예를 듭니다. 


자신보다 못한 자들과 어울리면 충忠하기 어렵고 신信하기 어렵지요. 잘못이 있어도 굳이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지적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아무도 군자 되기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역>> 19괘 지택림괘地澤臨卦 육오 효사(六五 知臨 大君之宜 吉 육오 지림 대군지의 길 - 지혜롭게 임하는 것은 대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 길할 것이다)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주역>>에서 군자와 대군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동일하게 봐도 됩니다. 리더라는 관점에서 같은 것이지요.


직급이 높을수록, 실권이 클수록, 책임이 무거울수록, 경험의 틀을 넘어선 사유와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틀은 고정된 것입니다. 자신의 고유한 경험만을 추론과 판단의 근거로 삼는 리더라면 스스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임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고정'은 '틀'의 속성입니다. 이른바 '경험주의적 행동주의자' 유형의 리더가 끔찍한 것은 결국 '꼰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군자가 되기를 목표 삼아야 하고 동시에 군자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섬세한 철학의 정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진중하게 많이 배우고 충忠과 신信의 가치를 지키며 타인과 공감하는 성숙한 지혜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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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뛰어나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좋아하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반드시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들 중에 악한 사람을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일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을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허물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쩌면 당신은 굳이 타인의 입장에 서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되기를 추구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역지사지의 감수성이 결여된 리더는 타인의 고통은 물론 행복의 감정과도 공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리더가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일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방향 감각이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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