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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02.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29>-학도입권學道立權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자왈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


-공자가 말했다. "함께 학문할 수는 있어도 도까지 같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도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입장까지 같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설 수는 있어도 방편까지 같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역하면 "공학을 함께할 수는 있어도 적도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도를 함께할 수는 있어도 입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을 함께할 수는 있어도 권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의 의미가 됩니다. 여與가 '함께하다, 같이하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습니다.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 친구따라 강남 간다'에서 보듯이 적適에는 '가다'의 개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도'란 도를 향해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적재적소適材適所'에서의 적의 뉘앙스를 감안한다면 우리는 적도를 '학문을 통해 합리적으로 도달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깨달음의 지점으로 나아가다'와 같이 풀이할 수 있습니다. 즉, '가여공학 미가여적도'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내 문하에서 다 같이 공부한다고 해도 모두가 인仁이라는 도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와 같이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입立은 서는 것이니 '가여적도 미가여립'은 '인이라는 도에 이르고자 함께 나아가더라도 실제로 도달하는 지점은 각각 다를 수 있다, 도를 해석하는 관점은 저마다 상이할 수 있다'는 정도의 뜻이 됩니다. 프로이트라는 정신분석학의 뿌리이자 줄기에서 융과 아들러라는 가지로 분화된 것처럼 학문의 본질이란 배우고 익힌 후 비판적 계승을 통해 자신의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니까요. 절대적 진리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권權은 '권도權道'라는 단어에서 그 뜻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권도의 사전적 정의는 '수단은 옳지 못하나 목적은 정도에 부합하는 처리 방식 또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편'입니다. 따라서 '가여립 미가여권'은 '인에 대한 해석이 동일할 수 있을지라도 그것의 실천과 일상에서의 적용 방법과 같은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공자의 진의는 학문에 국한되어 있을 것입니다. 공자의 말은 배우는 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발언이자 자신에 대한 맹종을 경계하는 일침인 것이지요.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제자들에게 하는 말로 풀이했지만 학문 일반에 대해 한 얘기로 크게 보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아울러 오늘의 일상에 투영하면 다음과 같이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 '같은 공부를 해도 나아가는 길은 저마다 다른 것이다.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그 안에서 진영이 나뉘기 마련이다. 진영까지 동일하다 해도 실행의 디테일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꼭 학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분야가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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