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Dec 13.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3>-비조아자非助我者


子曰 回也非助我者也 於吾言無所不說

자왈 회야비조아자야 어오언무소불열


-공자가 말했다. "회는 나를 돕는 사람이 아니다. 내 말에 대해 기뻐하지 않는 바가 없으니."



공자가 유머러스하게 안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자고로 좋은 제자란 스승의 가르침을 배우는데 열심이되 자기만의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을 넘어 이의를 제기하는 자입니다. 그래야 스승도 정체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안회는 공자의 말에 그저 기뻐하기만 합니다. 스승이 가르치는 바에 대한 절대적 만족과 신뢰를 보이는 것이지요. 그러니 공자가 "안회 이 친구는 나한테 도움이 안돼! 다 좋다고만 하니 내가 더 나아질 수 없잖아"의 뉘앙스로 장난스레 말할 밖에요. 


안회의 수학 태도는 <자한> 편 10장에 잘 나타나 있지요. '顔淵 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 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 안연 위연탄왈 앙지미고 찬지미견 첨지재전 홀언재후 부자 순순연선유인 박아이문 약아이례 욕파불능 기경오재 여유소립탁이 수욕종지 말유야이 - 안연이 한숨을 쉬며 크게 탄식하고 말했다.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파고들수록 더욱 단단하며, 바라보면 앞에 계시다가 홀연히 뒤에 머무신다. 스승님은 차례대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인도하신다. 학문으로 우리를 넓혀 주시고 예로 우리를 바로잡아 주시니,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둘 수가 없다. 이미 나의 재주를 다했는데도 서 계신 곳이 높고도 머니, 비록 따르고자 하나 따라갈 도리가 없을 따름이다." 


안회는 공자를 자신의 능력으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산처럼 인식했고, 공자는 자신조차 도달할 수 없는 인仁의 경지에 도달한 성인과 다름없다고 보았습니다. 스승의 권위에 굴복하여 억지로 존경심을 표하는 비겁한 제자들이나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제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한심한 스승과는 차원이 다른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전형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대학에서는 이런 사제지간이 가능할까요? 교수가 가르친 내용과 기조가 다른 의견으로 시험 답안지를 채우면 학점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교단 위의 절대자 노릇에 만족하는 대신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는 책을 써서 학문적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스승, 진정한 교육자로서 청출어람의 요람이 되어 주는 스승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2>-개불급문皆不及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