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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18.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12>-부득기사不得其死


閔子 侍側 誾誾如也 子路 行行如也 冉有子貢 侃侃如也 子樂 若由也 不得其死然

민자 시측 은은여야 자로 항항여야 염유자공 간간여야 자락 약유야 부득기사연


-민자건은 공자를 곁에서 모실 때 늘 온화하였다. 자로는 기개가 높았으며, 염유와 자공은 품행이 방정하여 공자가 즐거워했다. "유와 같은 사람은 제 명대로 살지 못할 것이다."



由는 자로를 말합니다. 항항行行은 기개가 걸걸한 것이니 자로의 기질을 아는 우리는 공자가 우려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용맹하고 강직한 사람은 넘치는 혈기로 인해 자칫 계략에 빠지기 쉬운 법이니까요.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머리로 재지 않고 곧장 몸으로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야장> 7편에서 공자는 자로가 큰 제후국의 군사령관 그릇이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유야 천승지국 가사치기부야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 하지만 인한 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지요(부지기인야不知其仁也). 자로는 훗날 위나라에서 대부 공회孔悝의 가신으로 벼슬을 했다가 괴외蒯聵의 난 때 사망합니다. 위령공 사후 남자南子를 축출하려다 실패하여 망명 생활을 하던 괴외는 자신의 아들 출공出公을 끌어내리고 권좌에 오르기 위해 난을 일으키지요. 자로는 괴외에게 반란에 가담한 자신의 주군 공회의 처형을 요구하다가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그의 시신은 젓갈로 담가져(해형醢刑) 노나라에 있는 공자에게 보내집니다. 공자의 염려대로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천자문에 '천류불식 연징취영(川流不息 淵澄取暎)'이라고 했습니다. '내는 흘러 쉬지 않고, 연못은 맑아 훤히 비춘다'는 뜻이지요. 군자의 쉼 없는 노력을 상징하는 '천류불식'은 <<주역>> 중천건괘의 <대상전>에서 공자가 말한 '자강불식自強不息'과 일맥상통합니다. '취영'은 직역하면 '영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영暎은 햇살이 연못을 통과해 그 안의 꽃부리를 비추는 느낌을 주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연징취영'은 군자의 마음이란 햇살에 물 속 꽃잎들이 훤히 드러나듯 투명하다는 것과 마음속이 꽃잎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동시에 일컫는 표현입니다. 위 구절에 적용하면 자로는 솔직담백하여 꾸밈이 없는 마음을 가진 것이며 공자는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심안을 가진 것이지요. 


용감한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로운 것입니다. 용감하면 도모하는 일에 용기 있게 뛰어들 수는 있어도 목표하는 성과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지식을 연마하여 지혜의 획득에 이르게 되면 때를 알고 실력을 기르며 기다릴 수 있습니다. 때를 활용할 수 있어야 무리하지 않고도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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