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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19.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13>-잉구관仍舊貫

魯人爲長府 閔子騫曰 仍舊貫如之何 何必改作 子曰 夫人不言 言必有中

노인위장부 민자건왈 잉구관여지하 하필개작 자왈 부인불언 언필유중


-노나라 사람이 창고를 새로 지으려 하자 민자건이 말했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는 게 어떠한가? 꼭 다시 지어야 하는가?" 공자가 말했다. "그 사람은 말을 잘 안 하지만 말을 하면 반드시 이치에 맞는다."   



장부藏府라는 단어가 있는데 예전에 창고를 이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장長에는 '낫다'는 뜻이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좋거나 잘하거나 긍정적인 점을 '장점長點'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부長府란 '현재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창고' 정도의 개념이니 '위장부'는 '더 나은 창고를 다시 짓다' 곧 '창고를 새로 짓다'의 의미가 됩니다.


창고를 더 크고 튼튼하게 지으려는 의도는 더 많이 축장하기 위함이지 더 크게 베풀고자 함이 아니겠지요? 일반 백성이 창고를 만들 리는 만무합니다. 행세깨나 하는 자 중 하나이겠지요. 


노나라 사람이 민자건의 말을 듣고 창고 짓기를 포기했을까요? 설사 민자건은 무시했을 지라도 그를 칭찬하며 그의 말을 거든 공자까지는 무시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멈추었겠지요. 


그가 어떤 사람이든 이 시대의 굥정(불공정, 무감정, 몰인정)과 삼식(막무가내식, 마구잡이식, 주먹구구식) 철학을 보았다면 아마도 혀를 내두르지 않았을까요? 겨우 창고 따위에 생각이 멈춘 자기 그릇의 협소함을 반성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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