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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21.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15>-과유불급過猶不及

子貢問 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자공문 사여상야 숙현 자왈 사야과 상야불급 왈 연즉사유여 자왈 과유불급


-자공이 물었다. "사와 상 중에 누가 더 나은지요?" 공자가 말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사가 나은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과유불급이다."



언변이 뛰어나고 정치적 식견이 탁월해 훗날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내고 이재에도 밝아 많은 돈을 벌어 공자의 경제적 후원자가 되어 주었던 자공이 사(자장)와 상(자하)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자장은 <위정> 편에서 공자에게 벼슬하는 법에 대해 질문했었지요. <선진> 편 2장에서 우리는 문학으로는 자유와 자하가 있었다는 대목을 만난 바 있습니다. 둘 다 공자와는 4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있는 어린 제자들이지요.   


공자가 그 유명한 말을 합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이지요. 지나친 것은 언제나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조금 부족한 것이 낫습니다. 공손함도 지나치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나는 법이지요(과공비례過恭非禮). 이에 대해 신영복 선생님은 우리가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면 좋을 말을 남겼습니다. 


"......그 ‘자리’가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傷)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철학’을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30정도의 여유는 놀고 먹자는 것이 아니지요. 30%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70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받는 자리에 앉을 경우 그 부족한 30을 무엇으로 채우겠습니까? 자기 힘으로는 채울 수 없는 30을 어떻게 채울 수 있습니까?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일 그 자체도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잘못된 사람이 차지하고 앉아서 나라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의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능력과 적성에 아랑곳없이 너나 할 것 없이 ‘큰 자리’나 ‘높은 자리’를 선호하는 세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신영복 고전강독', 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9577


그의 말은 70은커녕 7의 능력도 없는 자가 100의 능력을 요구 받는 자리를 턱하니 차지하고 앉자 나라가 난장판으로 변하는 작금의 상황을 명쾌하게 해설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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